숙적 초토화·영토 확장…이스라엘, 시리아 혼란 틈타 숙원 성취
네타냐후 "골란고원 영원히 우리땅"…국제사회 일제히 우려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권력 공백에 편승해 숙원을 이루기 위한 공세에 고삐를 조이고 있다.
시리아 내 숙적들의 기반을 신속하게 초토화하고 과거 전쟁으로 빼앗은 시리아 영토에 대한 영유권 주장까지 강화하고 있다.
dpa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9일(현지시간) 시리아 내 군사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계속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내전 감시기관인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12시간도 되지 않는 시간에 100여곳이 폭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라미 압델라흐만 SOHR 대표는 "시리아 역사상 가장 맹렬한 공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권이 반군의 대반격에 붕괴해 저항 능력이 없어지자 급격히 맹공을 퍼붓고 있다.
시리아 전역의 연구소, 무기, 물류창고, 비행장, 항공기 편대가 완파 당하고 방공망을 비롯한 국방체계 전반이 쑥대밭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은 아사드 정권이 보유한 화학무기가 반군의 손에 들어갈 것을 우려해 화학무기 공장도 폭파했다.
이 같은 대규모 폭격은 이스라엘의 안보 이익과 직결된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아사드 정권은 이란의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과 대적해온 '저항의 축' 일원이었다.
이스라엘은 그간에도 이란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아사드 정권과 함께 시리아에 구축한 인프라를 수시로 폭격해왔다.
그 때문에 아사드 정권 퇴진 후 이뤄진 역대급 공격은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잔존 세력과 재기 기반의 씨를 말리는 조치로 자연스럽게 해석된다.
이스라엘은 다른 저항의 축 구성원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헤즈볼라도 빈사상태에 빠뜨려 이란과의 힘의 균형을 바꿔가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 이스라엘은 자국 영토를 넓히려는 시도까지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정권이 붕괴하자 골란고원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다시 노골화하기 시작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골란고원은 영원히 이스라엘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국의 1981년 골란고원 병합을 1기 재임 시절 인정해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감사를 보내기도 했다.
골란고원은 시리아,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과 동서남북으로 맞닿은 산악 지역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골란고원을 장악했으나 국제사회는 이를 이스라엘에 점령된 시리아의 영토로 간주한다.
유엔은 1974년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휴전협정에 따라 골란고원 내 동쪽에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유엔휴전감시군(UNDOF)을 주둔시켜왔다.
전날 이스라엘은 시리아와의 충돌을 막아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구축된 이 완충지대에까지 쳐들어가 탱크 같은 중무기를 배치했다.
국제사회는 골란고원에서 점령하지 못하고 있던 마지막 3분의 1까지 시리아 권력 공백을 틈타 장악한 이스라엘의 행보에 우려를 드러냈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행동이 1974년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이스라엘의 완충지대 침범에 대해 "계속된 국제법 위반이자 시리아가 안보, 안전, 영토의 완전성을 복원할 기회를 파괴하려는 결단"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나서 유엔 헌장을 위반하는 이스라엘의 시리아 영토 장악을 제지할 대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시리아인들이 체제전복에 따른 변화에 대처하는 순간에 이뤄진 시리아 영토에 대한 시온주의 체제(이스라엘)의 군사적 침공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완충지대 침범은 안보 이유에서 이뤄진 제한적이고 임시적인 조치라고 항변하지만 의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조치가 영구적인 게 아니라는 점을 이해한다며 미국이 1974년 협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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