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 가계·기업대출 역성장…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의 고민
가계·기업대출 전달대비 모두 감소…시중은행 중 유일
'기업대출 자신감' 정진완, 대출 영업 경쟁력 회복 과제
내년부터 우리은행을 이끌 정진완 행장 후보자 앞길이 '첩첩산중'이다.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문제로 행장 교체가 이뤄진 만큼 눈앞에 놓인 사태 수습이 최우선 과제다.
이 뿐 아니다.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출신으로 이 분야 강점을 강조한 정진완 후보자이지만 당장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리은행이 지난달부터 자본비율 관리 등을 위해 기업대출 영업을 사실 상 중단한 까닭이다.
실제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은 유일하게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잔액이 모두 감소했다. 정진완 후보자가 자신한 중소기업 영업 경쟁력을 입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휴~' 가계·기업대출 잔액 모두 줄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11월 가계대출 잔액과 기업대출 잔액은 전달에 비해 각각 4818억원, 2조2993억원 감소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가계·기업대출 잔액이 모두 줄어든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은행은 대출 영업을 통해 자산을 늘려가는 게 일반적이다. 가계대출의 경우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수요 조절, 고금리 장기화 시 차주들의 상환 등으로 신규 공급보다 상환 규모가 크면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시기도 있다. 그럼에도 은행 대출 자산의 두 축인 가계와 기업대출이 동반 감소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대출 잔액 축소가 급박한 상황이었다. 가계대출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올해 경영계획 목표치를 달성해야 하는 까닭이다.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들이 1조~2조원 규모의 목표치를 제시한 것과 달리 2000억원을 설정했다. 가계대출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결과라는 게 은행권 평가다.
이를 위해 높은 수준의 대출금리를 유지해 문턱을 높였고, 신용대출 온라인 갈아타기 시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신규 대출 공급을 줄이는데 주력했다.
기업대출은 보험사 인수와 주주환원 등을 위해 자본비율을 맞추려면 위험가중자산(RWA)을 줄여야 했다. 이런 이유로 지난 달부터 기업대출 영업 전략을 자산 증대에서 관리로 바꾸고 KPI(핵심성과지표) 등 기준도 변경하면서 영업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은행들에 대출 잔액 감소는 수익 증대와는 반대 방향이지만 우리은행 입장에선 대출 자산 축소 전략이 효과를 거둔 셈이다.
기업대출 영업 재개는 언제쯤?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자는 중소기업영업 전문가다. 여러 후보 중 정진환 부행장이 적임자로 낙점된 것은 젊은 인물로의 교체와 함께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선언했던 만큼 중기 대출시장 영업에 강점이 있는 인물을 통해 향후 경영 정상화 시 이 시장 공략에 다시 나서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진완 행장 후보자는 지명 후 첫 출근길에서도 본인의 경험과 역량을 강조하며 중소기업 영업을 자신하기도 했다.
관건은 언제쯤 전략을 바꾸고 영업 전선에 뛰어들 수 있느냐다. 가계대출은 여전히 수요가 꾸준한 만큼 해가 바뀌고 관리 목표가 재설정되면 다시 대출을 공급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반면 우리은행은 여전히 자본비율이 좋지 않아 RWA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업대출 영업 재개 시점은 예측이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우리은행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총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비율(CET1비율)은 16.4%와 13.3%, 우리금융은 15.6%와 12%로 다른 은행(금융지주)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보험사 인수에 조 단위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고 금감원 현장검사를 통해 자산 건전성 등에 취약성이 발견될 경우 보험사 인수 불발될 수도 있다.
은행권에선 늦어도 내년 1분기 중에는 기업영업을 시작해야 하지 않겠냐는 시선이지만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자 입장에선 기업영업 전략을 세우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 시중은행 기업영업 관계자는 "대다수 기업이 연초에 자금 계획을 설립하고, 신사업 투자 등 계획에 맞춰 상반기에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감안하면 해가 바뀐 후 기업대출 영업을 재개해야 하는데 자본비율을 맞추면서 영업을 통한 대출자산을 관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기업대출 자산을 늘리려면 금리 경쟁을 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기업금융이 근간이긴 하지만 속도조절이 필요하고 다시 영업을 활발히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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