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권력에 맞서는 광주의 대·자·보 [전국 인사이드]

이삼섭 2024. 12. 10. 06:5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980년대 대자보는 독재에 맞서 민주를 주창하고 싸우는 일이었다. 반독재 투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꽃피웠던 것처럼 많은 난관이 있더라도 결국 대자보 도시 광주를 만들어야 한다(강기정 광주시장 발언)."

광주광역시가 도시 전역에 '대자보'를 붙였다.

탄소 배출의 주된 원인인 자동차 의존을 줄이려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지만, '대자보'가 시책 1위로 자리매김하게 된 배경에는 도로 혼잡, 불법주차, 보행 안전 위협, 가로 상가 활성화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서울보다 큽니다. 전국 곳곳에서 뉴스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지역 언론인들이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소식을 들려드립니다. ‘전국 인사이드’에서 대한민국의 가장 생생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광주형 공유자전거 ‘타랑께’가 자전거 보관소에 늘어서 있다.ⓒ시사IN 광주시 제공

“1980년대 대자보는 독재에 맞서 민주를 주창하고 싸우는 일이었다. 반독재 투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꽃피웠던 것처럼 많은 난관이 있더라도 결국 대자보 도시 광주를 만들어야 한다(강기정 광주시장 발언).”

광주광역시가 도시 전역에 ‘대자보’를 붙였다. 광주시장이 선봉에 섰다. 그런데 대자보는 힘없는 민초가 권력과 불의에 저항하기 위해 민중의 연대를 촉구하는 수단이 아니던가.

권력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광역지자체가 난데없이 웬 대자보를 외치는지 언뜻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러나 맥락을 알고 나면 수긍이 가고 다소 결연해지기까지 한다. 권력화된 ‘자동차 도시’에서 탈피하려는 굳센 결의문이기 때문이다.

광주시가 말하는 ‘대·자·보’는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의 첫 글자를 딴 약자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 패러다임을 대자보 중심으로 전환하는 정책의 총칭이기도 하다. 탄소 배출의 주된 원인인 자동차 의존을 줄이려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지만, ‘대자보’가 시책 1위로 자리매김하게 된 배경에는 도로 혼잡, 불법주차, 보행 안전 위협, 가로 상가 활성화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특히 광주시 내부가 갈수록 과밀화되면서 교통 혼잡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내심 불편한 기색의 시민들

교통정책이야 집행부가 설계하고 추진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환경은 녹록지 않다. 광주가 너무 자동차에 의존하는 구조인 탓이다. 광주는 2021년 기준 교통수단별 일평균 통행량에서 대중교통(버스·철도)이 차지하는 비율이 겨우 12.5%에 불과하다. 자전거는 1%에 그친다. 반면 승용차는 대중교통의 3배를 훌쩍 뛰어넘는 45.8%에 이른다. 도보(31.3%)를 통행량에서 제외하면 사실상 대부분 승용차로 이동하는 셈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광주시에 등록된 차량은 총 72만3256대다. 올해 10월 기준 광주 인구(141만548명) 두 명 중 한 명(51.24%)꼴로 차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만 65세 이상 고령층과 만 18세 미만 인구가 45만7645명이라는 점에서 성인 인구의 대부분이 ‘1인 1자동차’라고 해도 극단적 표현은 아니다. 더구나 인구는 해마다 1만명씩 줄어드는데 자동차는 해마다 1만 대씩 늘어나는 추세다.

시민 대부분이 ‘자동차족’인 까닭에 광주에서 자동차에 불편을 준다는 건 선출직 단체장들에게 ‘금기’에 가깝다. 그럼에도 광주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대·자·보와 관련한 정책과 보도자료를 쏟아낸다. 도시철도 3호선(상무광천선) 추진도 공식화했다. 지하철 공사를 위해 차량 통행을 막았던 기존 차로를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로 만드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차로 확대를 위해 진행하던 몇몇 사업은 보행로 확장 공사 현장으로 바뀌었다. 막대한 재정적자로 고심하던 광주형 무인 공유자전거 ‘타랑께’도 재개한다.

자동차가 점령한 도시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은 환영보다 내심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미 자동차 중심의 생활 방식에 익숙한 데다 어차피 갖춰진 ‘자동차 친화적 환경’에서 굳이 ‘불편한’ 대중교통을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억제하는 최고의 방법은 도로 다이어트나, 불법주차 단속 등 자동차 타기 불편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 명백하다.

불편함이라는 일차적 걸림돌을 넘어서면 저항감이라는 이차적 걸림돌이 나온다. 이는 선출직 단체장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자칫 추진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결국 가야 할 길이 명백하더라도 시민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이 대·자·보를 꼼꼼히 살펴보고 공감하고 납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광주시가 정교하게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삼섭 (〈무등일보〉 기자) editor@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