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확률 0% 도전…KAI, 누리호 공장 가보니

최지훈 2024. 12. 1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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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종포사업장에서 제작되는 누리호의 1단 추진체 탱크의 첫인상은 압도적이었다.

 누리호의 '심장'인 산화제·연료 탱크는 폭발적인 점화로 200톤(t)의 발사체를 하늘로 밀어 올리는데 그 길이가 각각 10m와 6m에 달했다.

탱크 제작 공정은 말 그대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탱크 제작 공장은 알루미늄의 열팽창 특성을 감안해 작업 공간 온도를 18~25도로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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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11층 높이 누리호 탱크 공장
한치 실수 허락되지 않는 용접 기술
위성개발혁신센터로 우주 수직계열화

[경남 사천=최지훈 기자] 경남 사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종포사업장에서 제작되는 누리호의 1단 추진체 탱크의 첫인상은 압도적이었다. 누리호의 '심장'인 산화제·연료 탱크는 폭발적인 점화로 200톤(t)의 발사체를 하늘로 밀어 올리는데 그 길이가 각각 10m와 6m에 달했다. "11층 아파트 높이"라는 김정현 우주 생산팀 부장의 설명을 듣고서야 그 크기가 실감이 났다.

누리호에 들어가는 1단 추진체 탱크./사진=최지훈 기자 jhchoi@

한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크기가 크지만 무게는 최대한 줄이는 것이 핵심기술이다. 발사체의 두 탱크는 20~25t 정도의 무게로, 150t의 연료 무게를 견디고 우주의 혹독한 환경에서 버텨야 한다. 이를 위해 두 탱크는 강철보다 더 단단하지만 가벼운 알루미늄 2219 합금을 사용한다.

탱크의 내부를 벌집 모양으로 설계한 이유도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다. 김정현 부장은 "탱크 내부에는 삼각형 패턴의 '아이소 그리드' 설계가 적용돼 무게를 최소화하면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아이소 그리더 설계는 벌집 구조와 유사한 모양으로 어느 방향에서 당기거나 충격을 줘도 쉽게 부서지지 않고, 충격을 골고루 분산해 방출한다.

탱크 제작 공정은 말 그대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엄청난 열기로 팽창하는 탱크 내부가 정밀하게 용접되지 않으면, 모든 환경이 변하는 우주에서 작은 실수 하나로 발사체가 폭발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잘못 만들어질 확률이 0%로 수렴해야 된다는 얘기다.

완벽한 제작을 위해 플라즈마·티그(TIG) 용접 방식이 적용된다. 고온의 열을 정밀하게 집중시켜 열변형을 최소화하고, 결합 강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 덕분에 내부 깊숙한 곳에서 용접되는 '용입'이 가능하고, 균일하고 견고한 구조의 탱크가 완성된다.

용접 결함을 방지하기 위해 작업은 중단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된다. 중간에 작업이 멈추게 되면 탱크 원형 작업의 처음과 끝의 높이가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다. 김 부장은 "작업 중간에 멈추면 결함 확률이 높아진다"며 "직경 3.5m의 탱크 원주를 1시간여에 걸쳐 한 번에 용입한다"고 설명했다.

탱크 제작 공장은 알루미늄의 열팽창 특성을 감안해 작업 공간 온도를 18~25도로 유지한다. 여름과 겨울 간의 제작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적정 온도에서 탱크 제작 후에는 내부에 깨끗한 탈이온수(Deionized Water)를 채워 가압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온이 포함된 물은 전기 전도성과 부식성을 유발할 수 있어 사용하지 않는다. 

테스트에서 탱크의 변형률이 설계 기준을 초과하면 불량으로 판단된다. 모든 과정을 통과한 탱크만이 고흥 발사장으로 이동해 조립된다.

KAI에서 주관개발하는 차세대 중형 위성 2호./사진=최지훈 기자 jhchoi@

"수직계열화, 우주 경쟁력 확보 핵심 전략"

이날 종포사업장에 이어 방문한 우주센터는 KAI의 우주 산업의 종합 센터다. KAI는 우주센터를 통해 위성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발사, 데이터 서비스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르고 있다. 이른바 우주 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룬 것이다.

우주센터에 설치된 직경 5.7m, 길이 6m 규모의 대형 열진공 챔버는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위성의 성능을 검증한다. 이를 위해 극한 우주 환경을 재현했다.

KAI 우주센터 전경./사진=최지훈 기자 jhchoi@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글로벌 우주 경제는 매년 약 8% 성장하며 2040년에는 약 1조 달러(약 1300조원) 규모로 확대된다. KAI는 위성 개발 혁신 센터와 대량 생산 시스템을 통해 민간 우주 산업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김석수 위성체계설계팀 수석연구원은 "KAI의 수직계열화는 단순히 기술의 통합을 넘어, 글로벌 우주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라며 "혁신적인 위성 기술과 대량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아시아와 중동 지역을 포함한 다양한 시장의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지훈 (jhcho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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