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중심축 '동박→반도체' 이동…25년 '글라스 기판' 최대과제

최경민 기자 2024. 12. 10. 0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KC 반도체 소재 사업 영업이익 추이/그래픽=김다나

SKC가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의 중심축이 '이차전지'에서 '반도체'로 이동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주고 있는 반도체 관련 소재·장비를 중심으로 실적 부진을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C의 지난 3분기까지 올해 누적 영업손실은 2008억원이었다. 전년 동기(-1312억원) 대비 적자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SKC는 지난 2022년 4분기를 시작으로 8분기 연속 적자를 시현했는데, 적자폭도 갈수록 커진 것이다.

동박을 중심으로 한 신사업이 아직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탓이다. '필름의 명가'였던 SKC는 2022년 필름 사업 부문을 약 1조6000억원에 판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에 나섰다. 그 중심에 이차전지 핵심 소재 동박이 있었다. 수 천억원을 투자해 말레이시아·폴란드 등에 글로벌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전기차 밸류체인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목표였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기차 시장 캐즘(Chasm, 일시적 수요둔화)이 불거진 것이다. 투자비를 회수해야 할 타이밍에 전기차 전방 수요가 꺾이기 시작했고, SKC의 동박 사업 역시 하락세를 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동박 기업들의 과잉생산도 이어졌다. SKC가 납품하기로 했던 유럽 최대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가 파산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SKC는 일단 동박 사업의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동시에 리밸런싱을 통해 캐즘을 이겨낼 체력을 확보하려 했다. 올해 예정이었던 폴란드 공장의 가동 시점을 늦췄고, 북미 공장 계획 역시 연기했다. 올해 설비투자(CAPEX) 계획은 7400억원으로 전년(약 1조5000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동시에 SK엔펄스 파인세라믹스사업부를 약 3600억원에, 박막 사업을 950억원에 매각하는 등 사업 구조 개선을 추진했다.

최태원 회장(가운데)이 조지아주 커빙턴시에 위치한 앱솔릭스를 찾아 세계 최초 글라스 기판 양산 공장을 둘러보며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SK

그러면서 회사의 주력 사업으로 '반도체 소재'를 앞세우는 모습이다. SKC의 반도체 소재 사업은 '테스트 소켓'을 만드는 ISC와 CMP패드 등을 제작하는 SK엔펄스 등이 주축이다. 지난해 3분기만해도 매출이 208억원에 불과했지만, 올 3분기 671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무엇보다 영업이익률이 올들어 1분기 16.1%, 2분기 23.5%, 3분기 21.0%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AI(인공지능) 서버 향 비메모리 양산용 테스트 소켓 등에서 성장이 지속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앱솔릭스가 추진하고 있는 '글라스 기판' 사업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글라스 기판은 반도체 패키지의 데이터 속도와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앱솔릭스의 글라스 기판 공장을 직접 점검했을 정도로 기대를 거는 소재이기도 하다. 올들어 'AI 기술 리더십'을 줄곧 강조하고 있는 최 회장은 앱솔릭스의 글라스 기판 기술 경쟁력을 글로벌 빅테크 CEO들에게 소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앱솔릭스는 글라스 기판을 내년 세계 최초로 본격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 고객사를 대상으로 시제품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최근 앱솔릭스는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법에 따른 생산 보조금 7500만 달러(약 1000억원) 지급을 확정받으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SK하이닉스가 글라스 기판 기반의 HBM을 출시할 경우 AI 반도체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는 것이어서, SK그룹 차원의 시너지 역시 기대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SK그룹은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박원철 SKC 사장이 앱솔리스 대표를, 유지한 SKC 경영지원부문장(CFO)이 ISC 대표를 겸직하도록 했다. 글라스 기판과 같은 반도체 소재 사업을 회사의 최고위층이 직접 챙기도록 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5년은 SKC 입장에서 글라스 기판 상용화라는 최대 과제가 걸려있는 중요한 해"라며 "신사업 성공과 그에 따른 실적 개선 달성이라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인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