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대세는 `각형`…국내 3사 행보는

박한나 2024. 12. 10.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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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의 각형 배터리. 삼성SDI 제공.

[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전기차 배터리 폼팩터(형태) 중 하나인 각형 배터리 사업에 일제히 뛰어들었습니다. 국내에서 각형 배터리를 공급하던 기업은 삼성SDI뿐이었는데, 파우치형에 주력하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각형 경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1위 자동차 업체인 GM과 각형 배터리 공동 개발에 나섰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3일 GM과 '각형 배터리·핵심 재료 공동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번 협약으로 개발되는 각형 배터리는 GM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각형 배터리 개발 계획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간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는 파우치형과 원통형을 주력으로 생산해왔지만 이번 개발로 전 세계 배터리 기업 중 유일하게 '3개 폼펙터'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각형 배터리 후발주자지만 2010년대 후반까지 스트폰, 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소형전지로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며 기술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사 전극 생산 공정을 각형 라인에도 그대로 적용해 양산까지 속도를 낸다는 계획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각형 배터리 시장 진출은 전기차 시장의 확대로 고객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결정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프리미엄, 중저가 보급형 등으로 세분화된 것과 마찬가지로 전기차도 종류와 크기, 공략시장 등 전략이 세분화되면서 폼팩터별 장단점과 가격대에 따라 선호하는 배터리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일 제품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의 다변화된 수요를 충족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을 지나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하는 시기에는 다양한 선택지를 적기에 공급하는 폼팩터 다변화 전략으로 고객 만족을 극대화한다는 목표입니다.

파우치형에 집중하던 SK온도 각형 배터리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현재 서산공장을 중심으로 양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산공장의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개조하는 방식으로 각형 배터리의 생산라인 구축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업체와의 공급 계약이 확정적인 단계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각형 배터리를 생산해온 삼성SDI도 GM과 35억달러 규모의 합작공장을 건설할 예정입니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짓는 GM과의 합작공장은 2027년부터 2034년까지 각형 프리미엄 배터리 'P6'만 생산합니다. 연간 생산 규모는 27GWh이며 협의를 통해 36GWh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결국은 OEM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이 결정적입니다. 그동안은 주행거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경쟁했지만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안전성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납작하고 각진 상자 모양의 각형 배터리는 알루미늄 캔으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 충격에 강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안전한 것이 장점입니다. 내부 공간 활용이 어려운 단점은 각사 기술 개발로 보완하고 있어 안전성 측면에서 더 수요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 예로, 독일 폭스바겐은 2030년부터 생산하는 전기차의 80%에 각형 배터리를 채택할 계획입니다.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스텔란티스, 볼보 등이 각형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으며, 미국 GM과 포드 역시 파우치형 배터리에서 각형 배터리의 탑재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유럽 내 배터리 폼팩터별 사용 비중은 각형이 2019년 19%에서 지난해 49%로 올라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파우치형과 원통형은 각각 46%에서 35%로, 35%에서 16%로 떨어졌습니다.

여기에 전기차 '캐즘'도 각형의 수요 증가에 영향을 줬습니다. 각형은 파우치형에 비해 공정이 단순하고 생산 단가가 낮아 양산에 유리합니다. 추가적인 안전장치 없이 셀을 바로 쌓기만 하면 되는 팩 설계 측면에서도 셀투팩 적용에 유리합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각 폼팩터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각형의 단점은 기술발전으로 보완이 된 상황"이라며 "여기에 국내외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에서 파우치 배터리를 탑재한 경우가 많아 화재 원인과 관계없이 각형의 안전성에 주목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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