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할머니, 요새 안 보여" 걱정…야쿠르트 아줌마가 '순찰' 나선 이유

오석진 기자 2024. 12. 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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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청 분야를 누비던 왕년의 베테랑.

그들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2019년 부산경찰청 생활안전과장 근무 당시 해당 제도 계획을 수립한 정석모 금정경찰서장은 "과거 112신고가 들어와야 적극적으로 나서던 패러다임이 변했다"며 "위급한 상황과 암수범죄 등 데이터상에 집계되지 않는 치안공백을 최대한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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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경찰서장-전국편(3)]정석모 부산경찰청 금정경찰서장, 주민에게 묻는 '이웃순찰제' 수립
[편집자주]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청 분야를 누비던 왕년의 베테랑. 그들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평범한 일상, 그리고 우리동네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그들. '우리동네 경찰서장-서울편'을 넘어 전국 18개 시·도지방경찰청을 대표하는 경찰서장들을 만나봅니다.

부산경찰청 금정경찰서. /그래픽=임종철 디자인 기자

# "요즘 잘 안보이던데…연락도 안되고" 2020년 8월3일 부산 중구의 한 마을 정자. 어르신들이 모여 나누는 대화가 심상치 않다는 직감이 들었다. 주변을 수색한 결과 1시간30분만에 기력이 쇠한 채 말 없이 누워있던 할머니를 발견했다. 찌는 듯한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다. 집안 곳곳 거미줄이 빨랫줄처럼 걸려 있었다. 할머니는 부산대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다.

# 지난 5월10일 부산 금정구 한 노인복지센터. 80대 치매 어르신이 사라졌다. '검정 모자에 빨간 점퍼를 입은 할아버지' 인상착의를 특정하고 '야쿠르트 아줌마'들에게 달려갔다. 이들은 약 20분만에 사라진 어르신을 찾아냈다. 실종 어르신을 한 시라도 빨리 찾기 위해 야쿠르트 매니저들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른바 '주민에게 묻는' 이웃순찰제도가 시민들의 생명을 지킨 사례다. 2019년 부산경찰청 생활안전과장 근무 당시 해당 제도 계획을 수립한 정석모 금정경찰서장은 "과거 112신고가 들어와야 적극적으로 나서던 패러다임이 변했다"며 "위급한 상황과 암수범죄 등 데이터상에 집계되지 않는 치안공백을 최대한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이 없어요"…26차례 직접 만나 설득, 지금은 전국 시행

정석모 부산 금정경찰서장. /사진제공=금정경찰서

정 서장은 당시 주민 친화력이 높은 지역경찰 중 한 명을 '이웃 경찰관'으로 지정해 지역 주민 이야기를 듣도록 했다. 치안 서비스 담당자가 정작 시민의 삶에 무관심한 현실이 안타까웠다.

정 서장은 "함께 일했던 계장님이 미국 도보 순찰제도를 보고 '우리도 접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며 "이 때를 시작으로 '커뮤니티 폴리싱'(Community Policing·주민들과 함께하는 공동체 치안)이 대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경찰 내부에선 반발도 있었다. 모두 "사람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 서장은 부산경찰청 내 반대하는 동료들을 26차례 만나 설득했다. 정 서장은 이들에게 "희망자에 한해 각 지구대·파출소 중 지역 주민들과 친한 일부를 이웃경찰관으로 지정하는 것"이라며 "112신고가 적은 시간대에 이웃경찰관을 동네 구석구석으로 보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9년 시작된 이웃순찰제는 2021년부터 지역안전순찰제로 계승·발전돼 전국 시행 중이다. 순찰 형태 등 세부적인 부분은 지역에 맞게 다르게 적용됐다.

'소통' 강조…"시민들 경찰 편하게 생각해주시길"
정석모 부산 금정경찰서장 인터뷰 모습. /사진=금정경찰서

정 서장은 지난해 7월 금정경찰서장으로 부임 후 수차례 지역 주민과 '소통'을 강조했다. 정 서장은 금정구에서 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는 "고향에서 일하는 만큼 지역 주민들에 다가가고 싶었다"며 "시민들 중 '이런 일을 신고해도 되나'라며 나서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경찰을 편하게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통 철학은 동료들에게도 이어졌다. 정 서장은 부임 후 매주 목요일에 30분씩 젊은 직원들과 '커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정 서장은 "커피를 10년 정도 배웠다. 커피 한잔을 정성스럽게 내리고 대화하면 참 좋다"며 "저는 인생 멘토가 없었던 점이 아쉬웠는데 젊은 직원들에게 인생 멘토가 돼주고 싶다"고 했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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