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내년 예산 감액안 오늘 처리” 與 “협상 위해 이틀만 더 달라”

윤명진 기자 2024. 12. 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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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표결 무산 후폭풍]
탄핵 정국속 예산안 정면충돌
野, 4조8000억원 감액안도 검토… 與, 추경호 사퇴 이유로 시간 요구
최상목 “경제안정 위해 조속 협상을”… 국회의장 상정 보류 가능성 남아
경제부총리, 국회의장과 비공개 면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우원식 국회의장과의 비공개 면담을 위해 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이어지는 가운데 9일 여야가 정기국회 종료를 하루 앞두고 막판 협상에 나섰다. 앞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야당 감액안을 단독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은 협상 불발 시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 감액 수정안을 최종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하며 압박 기조를 유지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추경호 원내대표 사퇴 이후 원내지도부 부재를 강조하며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협상을 위한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해 상정이 보류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 野 “정기국회 내 무조건 예산 처리”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9일 오후부터 기획재정부와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협상을 이어 갔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여당과 정부가 대화를 나눠 합리적인 프로세스를 진행해야 (감액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는 감액안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강경 기류가 여전히 우세한 상황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예산안이라도 하루빨리 처리해 불안정성을 없애야 한다”며 “감액안이라도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게 다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추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마땅한 협상 대상이 없다는 점을 들어 상정을 미뤄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정책위 관계자는 “본회의 통과 일자를 단 이틀이라도 늦추면 협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12일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만큼 예산안 협상 책임을 다음 지도부에 일임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우 의장이 여야에 예산안 추가 협의를 지시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우 의장은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이었던 2일에도 여야 협상을 지시하며 상정을 미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우 의장과의 면담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대외신인도 유지와 경제 안정을 위해 여야 합의에 의한 예산안의 조속한 확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장께 여야 협상의 물꼬를 큰 리더십으로 터 달라고 요청드렸다”고 말했다.

● 민주당, 4조1000억∼4조8000억 원 감액안 준비

앞서 예결위는 야당 단독으로 정부 예산안(677조4000억 원) 중 4조1000억 원을 감액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당시 대통령실 소관 특활비 82억5100만 원과 검찰 특활비 80억900만 원, 검찰청의 특정업무경비 506억91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정부가 4조8000억 원 규모로 편성한 예비비는 2조4000억 원으로 절반 감액했고, 정부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예산도 505억5700만 원 중 497억2000만 원을 대폭 줄였다.

민주당은 이에 더해 “내란 상황을 반영하겠다”며 7000억 원의 추가 감액까지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 비서실에 근무하는 비서관급 이상의 정무직 공무원들 급여를 비롯해 대통령실 사업비, 윤 대통령 퇴임 후 사저 경호비 등이 주요 삭감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대통령실 탄핵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대통령실 예산을 삭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가 감액에 대한 반대 의견 등이 다양하게 제시됐지만, 지도부가 감액 필요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결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탄핵 없이 예산안 협의는 없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

관가에서는 민주당의 예산 수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 정부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예산안이 국회에서 빨리 처리돼야 내년 초 재정 집행에 공백이 없을 것”이라며 “정부안을 기준으로 내년 정부 사업 계획을 수립해 온 만큼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사업 계획 수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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