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턱밑까지 온 포위망…검찰, ‘尹=내란 정점’ 판단
尹-김 전 장관, ‘국헌문란 목적 폭동’ 공범 결론…용산 조준 초읽기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장관과 '국헌문란 폭동을 공모했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김 전 장관이 구속되면 '정점'인 윤 대통령을 정조준한 수사 역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유례 없는 신병확보 시도가 임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9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6일 검찰 특수본 출범 이후 사흘 만으로, 계엄 관련자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속영장에는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과 공모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려 한 범죄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내란 행위를 공모하고 분담해 실행에 옮긴 공모공동정범 관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특수본이 김 전 장관에 대해 내란 수괴(우두머리)가 아닌 내란 관련 중요 임무에 종사한 혐의를 적용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비상계엄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정점은 결국 윤 대통령이 된다.
형법 87조는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경우 내란죄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내란 우두머리의 법정형은 사형·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뿐이다.
내란 모의에 참여·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로 처벌된다. 단순 가담이라고 할 수 있는 부화수행(附和隨行)이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로 처벌한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전 장관은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를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을 투입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경찰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가운데 군 병력이 국회에 진입해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하려 한 행위 등이 국회의 권능 행사를 막기 위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155분 만에 국회가 해제 결의안을 가결, 국무회의 의결로 약 6시간 만에 사태가 종료됐지만 상당 시간 국회 기능이 마비됐다는 점에서 국헌문란 목적은 달성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계엄 건의와 국회·선관위 병력 투입 지시 등에 대한 사실 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등을 규정해 위헌 논란이 제기된 계엄 포고령에 대해서도 자신이 작성한 것이란 주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장관은 그러면서도 이번 계엄에 "위헌·위법성은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계엄 사태 수사가 본격화되자 텔레그램을 탈퇴하고 휴대전화도 교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긴급체포 당시 압수한 휴대전화 1대는 계엄 사태 이후 교체된 것이어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담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지난 8일 새벽 1시30분께 자진 출석한 김 전 장관을 6시간 가량 조사한 뒤 긴급체포했다. 같은날 오후 7시간 가까이 2차 조사를 진행한 특수본은 이날 오전 김 전 사령관을 3차 소환해 약 10시간 동안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특수본은 이날 김 전 장관과 함께 곽 전 특수전사령관과 정진팔 합동참모차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국군 방첩사령부 사무실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중장)의 자택 등에 대한 동시다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진행했다.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0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남천규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다. 구속 여부는 당일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출국금지' 尹 조여오는 검·경·공수처 수사
계엄 사태의 전모를 밝힐 '키맨'인 김 전 장관이 구속되면 수사는 한층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내란 혐의 피의자로 출국금지 조치된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경찰이 각각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긴급체포하는 헌정사 초유의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긴급체포 가능성에 대해 "요건에 맞으면 긴급체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긴급체포는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법원의 영장 없이도 가능하다. 피의자의 증거인멸 염려, 도망 등 우려가 있을 때에도 긴급체포를 할 수 있다.
검찰 특수본과 경찰 특수단이 비상계엄 사태 수사 주도권을 놓고 속도전을 벌이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신병 확보 역시 기관 간 경쟁이 붙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이 수사 우위를 점하기 위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또는 구속까지 서두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내란죄의 경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없는 점을 파고들고 있는 경찰은 검찰의 합동수사본부 설치를 거부하며 단독 수사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체 인력의 60%를 투입해 비상계엄 수사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를 신청하고, 검·경에 사건 이첩권을 발동하는 등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신청 수사지휘 사실을 언급했고, 법무부는 복수의 수사기관 요청에 따라 윤 대통령을 출국금지 조치했다고 밝혔다. 오 처장은 출국금지 조치와 관련해 "내란죄의 수괴와 내란죄의 중요 범죄자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열심히 수사하려는 의지"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출국금지 조치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계엄 사태 나흘 만에 대통령실에서 1분50초 가량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것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칩거 상태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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