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의 요산요설(樂山樂說)] ⑨주봉(主峰)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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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삼척시 백두대간 주 능선에 '해동삼봉'이 있습니다.
산의 높이로 따지자면 분명 청옥산이 으뜸인데, 주봉 자리는 가장 막내인 두타산이 꿰차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해발 높이가 가장 높고, 중심이 되는 위치에 있음에도 두타산에 주봉 자리를 내준 처지에 놓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주흘산' 표지석이 서 있는 주봉(主峰·해발 1075m)이 그 옆에 있는 '영봉(靈峰·1106m)' 보다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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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삼척시 백두대간 주 능선에 ‘해동삼봉’이 있습니다. 두타산(해발 1353m)과 청옥산(1404m), 고적대(1354m)입니다. 고산준령의 대표 선수라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등산을 하다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산의 높이로 따지자면 분명 청옥산이 으뜸인데, 주봉 자리는 가장 막내인 두타산이 꿰차고 있는 것입니다. 청옥산이 해동삼봉의 중심부에 있고, 해발 높이로 봐도 가장 맏형이지만, 두타산만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고봉이 주봉 대접을 받지 못하다니.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기현상이 생긴 걸까요. 산세와 조망미 때문입니다. 두타산은 멀리서 보면 마치 피라미드를 연상케 하듯 우뚝 솟아오른 산세가 일품입니다. 또 정상에 서면 청옥산∼고적대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이 용트림하듯 선명하게 다가서고, 사방으로 펼쳐지는 조망미가 가슴을 시원하게 합니다. 이에 비해 청옥산은 정상부가 둥글넓적해 멀리서 보는 원경이 밋밋한 데다 꼭대기에 올라서도 비교적 너른 터 외에는 사방을 둘러볼 수 있는 시야가 제한적입니다. 주변에 벽을 치고, 저 혼자 높이 올라 유유자적하는 격이라면 이해가 될까요. 그래서 해발 높이가 가장 높고, 중심이 되는 위치에 있음에도 두타산에 주봉 자리를 내준 처지에 놓인 것입니다.
이런 역전 현상은 경상북도 내륙의 명산인 문경의 주흘산에서도 나타납니다. 문경새재, 조령을 품고 있는 문경(聞慶)은 ‘문희경서(聞喜慶瑞)’의 고장입니다. ‘경사스러운 기운이 있어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는 뜻이니, 이보다 좋은 지명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문경이라는 현재 지명과 고려시대 옛 지명인 ‘문희(聞喜)’가 모두 여기서 나왔습니다. 문경새재 영마루와 어깨동무를 하듯 이어진 주흘산은 산세가 정말 비범한 곳입니다. ‘우두머리 산’이라는 뜻 그대로 양쪽 귀를 치켜세우고 날아갈 듯 펼쳐진 기세등등한 산세가 주변을 압도해 산의 외양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주흘산’ 표지석이 서 있는 주봉(主峰·해발 1075m)이 그 옆에 있는 ‘영봉(靈峰·1106m)’ 보다 낮습니다. 이 또한 조망미나 산세가 주흘 주봉이 가장 빼어나기 때문에 생긴 역전 현상입니다.
높이, 즉 지위만 높다고 해서 그만한 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인간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진리입니다. 주변을 품는 아량과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인격이 있어야 지위에 걸맞게 대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두타산과 주흘산에서 배우게 됩니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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