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켜진 촛불 "분노하지 않아 평화시위 하는 게 아니다"
"국민이 힘이 없어서 분노하지 않아서 노래하며 평화시위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폭력진압에 조금의 정당성도 부여하지 않기 위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질서를 지키는 것입니다. 두려워하십시오. 독재자를 감싸고 내란에 동조한 당신들 모두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도망치지 마십시오. 당신들은 심판받고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 '내란죄 윤석열 퇴진 범국민촛불대행진' 자유발언자 A씨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부결되고 처음 돌아온 월요일, 영하의 날씨 속에도 어김 없이 촛불이 켜졌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3만여 명(주최측 추산)의 시민은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도 "내란 수괴 윤석열을 탄핵하라", "내란 동조 국민의힘은 해체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참여연대, 전국민중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는 9일 국회 앞에서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을 열었다.
이날 집회는 시민들의 자유발언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발언대에 오른 시민들의 하나같은 바람은 윤 대통령 탄핵이었지만, 탄핵을 반대한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컸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동명이인 한동훈 씨는 "이 이름이 지금만큼 부끄러운 적이 없었다"며 한 대표가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공동 국정운영을 통한 질서있는 조기 퇴진'을 주장하는 데 대해 "얕은 수작, 허튼 수작 당장 그만두시라.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내가 잘못했다고 사죄하고 내려오시라"고 질타했다. 이어 "위헌 야합 취소하라. 헌법을 준수하라.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외쳤다.
다른 시민 B씨는 "제게는 특히 어제가 가장 어처구니 없는 날이었다"며 "'지역구에서 욕 많이 먹는다'며 메시지 차단한 김재섭 의원님!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던 내란수괴 전두환의 전 사위 윤상현 의원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온 국민이 당신들의 말을 찾아보고 기억하리란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탄핵 표결 당시처럼 눈 감고 귀 막지 말고 국민들의 의지를 직접 보고 각성하라. 그리고 양심에 따라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대구·경북 등 국민의힘 텃밭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며 지속적인 윤 대통령 탄핵 운동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예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지난 토요일 대구의 심장인 동성로에 약 2만5000명에 가까운 시민이 모여 탄핵을 부결시킨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윤석열을 당장 체포하라고 외치고, 국민의힘 당사까지 힘차게 행진했다"며 "오늘 함께해주신 서울시민, 촛불시민의 응원을 대구 경북에 잘 전달해 윤석열을 끌어내리는 그날까지 끝까지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권혁주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대부분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농촌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농민들이 앞장서서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도당 지역구 사무실을 가리지 않고 국민의힘을 향한 투쟁을 완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2월 14일 반드시 서울로 올라오겠다"며 "트랙터 시동 이미 걸어놨다"고 말했다.
발언자 9명 중 7명이 여성…"위기의 순간에 달려온 딸들이 있다"
이날 집회에도 2030 여성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A씨와 B씨를 포함 자유발언에 나선 시민 9명 중 7명도 여성이었는데, 불의에 맞서 목소리 내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반복한 점이 눈에 띄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C씨는 "누군가는 우리가 목소리 내는 것을 유난이라고 치부해버리곤 한다"며 '만약 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고, 누군가 다쳤다고 상상해보라'고 한 뒤 "우리의 생각이 유난이라면 그들의 생각은 오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자리에 오르기 전 해코지를 당하거나 어딘가에 제 얼굴이 올라가 조롱당하지 않을까 걱정됐다"며 "하지만 여러분을 비롯해 스스로에게도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 시위 외에 그 어떤 곳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 작고 비겁한 조롱에 뜻을 굽히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법을 공부하는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D씨는 "기성세대분들에게서 젊은 세대 친구들이 집회에 많이 참여해 놀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위에 앳된 여성들이 응원봉 흔들며 구호 외치는 모습 보일 것"이라며 "위기의 순간에 국회까지 달려온 누군가의 딸들이 이곳에 있다. 더 이상 이들은 연약하고 소리 없는 존재가 아니다. 불의에 대항할 줄 알고 옳은 일에 목소리 낼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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