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성하는 초선 한 명 없는 국민의힘

유설희·민서영 기자 2024. 12. 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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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초선 의원 44명 중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 의사를 밝힌 이는 0명이다. 초선 의원들이 ‘소장파’ 역할을 외면하고 여당의 ‘반대 당론’ 유지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에 쓴소리를 했던 유승민 전 의원 등이 불이익을 받는 것을 목격한데다 여론 향방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영남 중심으로 초선 그룹이 형성된 점이 이같은 침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이날 오전 8시 초선모임을 열고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당 수습책을 논의하려 했지만 오전 11시에 의원총회(의총)가 잡히자 취소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의총이 없으면 우리끼리 모이려고 했다”며 “의총에 가서 얘기하면 되지 (선수별로) 따로 얘기하면 분파만 생긴다”고 취소 이유를 밝혔다. 이날 의총에서 탄핵 찬성을 말한 의원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 본회의 투표에 참석해 찬성 표를 던진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전무했다. 본회의장에 나와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안철수 의원은 3선, 김예지 의원은 재선이다. 초선 김상욱 의원이 투표에 참여했지만 일단 당론에 맞춰 반대표를 행사했다고 밝혔다.

초선인 김소희·김재섭 의원은 탄핵안 투표를 앞두고 열린 의총에서 ‘투표는 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결국 당론에 따르면서 투표에 불참했다. 당내 유일한 소장파 그룹이라고 자처해왔던 ‘첫목회’에서도 별다른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과거 국민의힘 초선들은 당 주류 목소리에 맞서는 소장파 역할을 하면서 당의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해왔다. 한나라당 초선 모임이었던 ‘미래연대’는 2002년 ‘차떼기’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당이 해체 직전 위기에 몰리자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냈다. 당시 미래연대의 주축은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이었다. 소장파 의원들은 당을 향해 끊임없이 쇄신 목소리를 내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고 당을 이끌 차기 주자로 성장해왔다.

현재 국민의힘에서는 당 목소리에 균열을 내며 두각을 나타내는 초선 의원은 보이지 않는다. 탄핵을 경험했던 3선 이상 중진들이 강력하게 탄핵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이 따라붙는 것에 대한 걱정도 크다고 한다. 한 의원실 보좌관은 통화에서 “의원실에서 탄핵 찬반에 대한 토론을 했는데 찬성 의견에 대해 보좌진들이 전부 반대했다”며 “박근혜 정부때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가 떠안았던 배신자 프레임을 다들 너무 걱정했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 김웅 전 의원 등 당에 쓴소리를 했던 의원들이 불이익을 본 학습효과로 입을 닫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웅 전 의원은 통화에서 “연판장을 주도했던 의원들은 전부 공천을 받고, 평소에 바른 말 하는 사람들은 다 쫓아내면서 당 자체를 ‘윤석열 사당화’하지 않았느냐”며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당론이라도 그걸 안 따라가면 공천을 못 받는다는 걸 보면서 누구도 제대로 말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초선 의원들 역시 수도권보다는 영남 의원들이 주류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대표를 지낸 이준석 의원은 통화에서 “(수도권 등 험지) 선거에서 져본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며 “(초선 대부분은) 영남 아니면 비례인데 첫 시도에 공천받아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지, 원외에서 4년~8년 고생하다가 당선된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주류에서 어긋나는 얘기를 하면 죽는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하다가 지역구에서 죽게된다는 걸 모른다”고 덧붙였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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