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발목잡힌 두산…지배구조 개편 결국 포기
계엄 후폭풍에 원전주 타격
두산에너빌 주가 18% 폭락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기권
주식매수청구권 부담 커져
11일께 긴급이사회 열고
주주총회 개최 취소할듯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골자로 한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6개월을 끌다 최종 성사를 앞둔 목전에서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시주주총회를 9일 앞두고 터진 '계엄령 사태'로 대표 원전주인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급락하며 관련 계획에 막대한 차질이 초래됐기 때문이다. 이번 안건은 소액주주들 반발 속에 수차례 금융감독원의 신고서 반려를 거쳤다.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엉뚱하게도 계엄령 사태로 인한 원전주 급락에 안건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2014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에서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한도 초과로 합병이 무산된 것처럼 결국 두산그룹도 합병을 포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11일께 이사회를 열고, 12일로 예정된 임시주총 소집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이 사실상 무산된 것은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계엄령 사태 여파로 18% 급락했고, 국민연금이 사실상 기권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9일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87% 하락한 1만7380원에 거래를 마쳤다.
10일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주식매수 예정가액인 2만890원을 상회하지 못하면 막대한 주식매수청구 요구가 쏟아질 수 있다.
임시주총 때 지배구조 개편 안건이 통과될 경우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이 많으면 합병은 추진할 수 있지만 주식을 사들이는 데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현재 주가는 주식매수 예정가액보다 20% 낮은 상태라 많은 소액주주들이 반대 의사를 표시한 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이득이다.
만약 주식매수청구권이 사용된 주식 규모가 한도를 넘어서면 한도 상향에 대한 결정은 이사회에서 맡는다.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너무 커져 두산에너빌리티나 두산로보틱스가 이에 응할 수 없다면 두 회사는 분할 합병을 해제하거나 계약을 변경해야 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큰 차질이 생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식 매수 한도로 6000억원을 설정했기 때문에 약 2872만1876주(시가총액의 약 5.39%)를 매수할 수 있다.
현재 63%인 소액주주 중에서 10%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더라도 예정한 금액이 두 배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사례에서 보듯이 주가 하락이 과다하지만 않으면 반대 의사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회사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으로 인한 원전주 추락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주식매수에 따른 과도한 재무 부담을 지는 것보다 아예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때처럼 분할 합병을 철회하는 경우가 회사에 유리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합병 안건에 반대가 많이 나와 합병이 무산되는 경우에도 주식매수청구권은 아예 행사할 수 없다. 한편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85%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까지 사실상 기권 의사를 밝히면서 전체 주주 3분의 1 출석, 출석 주주 3분의 2 요건을 채우지 못해 주총 통과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9일 합병 반대 의사통지 마감일 전일(10일) 기준 주가가 주식매수 예정가액인 2만890원보다 높은 경우를 조건으로 표결 행사하고 그 외에는 기권하기로 했다. 현재 주가(1만7380원)를 감안하면 사실상 기권의 뜻을 밝힌 것이다.
두산로보틱스에 대해서도 주식매수 예정가액인 8만472원보다 높은 경우를 조건으로 찬성 표결을 행사하고 그 외에는 기권하기로 했다.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9일 국민연금의 찬성 소식에 잠시 반등했지만 사실상 기권으로 해석되자 다시 하락 마감했다. 이날 종가는 5만7400원으로 주식매수 예정가액과 괴리가 크다.
[김제림 기자 / 이종화 기자 /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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