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국면에 꽁꽁 얼어붙은 12월…유통·여행株 일제히 하락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12월 성수기 한창 바빠야 할 유통·여행업계가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후폭풍으로 가슴 앓이를 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추진되자 원화 약세와 한국 여행에 대한 위험성이 커져 관련 주가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쇼핑·식품 등 유통 관련 주식들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신세계는 전 거래일 대비 4.11%(5400원) 하락한 12만5900원, 이마트는 4.25%(2700원) 하락한 6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쇼핑은 4.34%(2400원) 떨어진 5만2900원에 마감했다.
식품주도 일제히 2~4% 가량 주가가 하락했다. 롯데웰푸드는 전 거래일 대비 3.40%(3700원) 빠진 10만5100원, 빙그레는 2.29%(1600원) 하락한 6만8300원, 동원F&B는 3.08%(950원) 떨어진 2만9850원, CJ제일제당은 4.39%(1만1500원) 하락한 25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계엄령 선포 당시 일시적으로 '비상식량' 역할을 라면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삼양식품은 전 거래일 대비 1.32%(8000원) 하락한 59만8000원, 농심은 3.25%(1만1000원) 떨어진 32만7500원, 오뚜기는 0.88%(3500원) 내려간 39만3000원에 마감했다.
유통·식품 관련주 하락은 지난 3일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인해 달러 환율이 치솟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후 3시50분 기준 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0.94%(13.40원) 오른 1437.40원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호 후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인 4일 오전 12시20분에는 1442원까지 뛰었다. 이는 지난 2022년 10월25일(장 중 고가 1444.2원) 이후 약 2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비상계엄령은 지난 4일 새벽 해제됐지만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이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 및 주의를 당부하면서 여행·항공·면세 업계도 줄줄이 주가가 하락했다. 이날 하나투어는 전일 대비 6.36%(3600원) 하락한 5만3000원, 모두투어는 5.18%(520원) 떨어진 9510원에 마감했다.
대한항공은 4.32%(1050원), 아시아나항공은 4.66%(470원) 하락해 각각 2만3250원, 9610원에 거래를 마쳤다. 면세점과 호텔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5.90%(2250원) 하락한 3만5900원,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운영하는 HDC는 3.60%(420원) 하락한 1만124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윤 대통령을 향한 탄핵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는 대외 무역 둔화와 원화 약세 등 추가적인 타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원화 약세는 해외에서 밀가루와 팜유, 옥수수, 원두 등의 원재료를 수입하는 식품업계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물가 인상으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높다. 실제 우리나라는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바 있다. 각각 '기각'과 '인용'으로 결과는 달랐으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의 소비자심리지수(CSI)는 큰 폭으로 하락한 바 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4년 3월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이후인 2분기(4~6월) CSI는 전 분기 대비 6.3% 하락한 89를 기록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2016년 12월 CSI 역시 10% 가량 급락한 94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는 자체적인 절감을 통해 소비자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고 있으나 이번 사태는 예상할 수 조차 없었고, 예상했더라도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요 소비층의 관심이 집회나 정치 쪽으로 쏠리면서, 기존 쇼핑·외식 성수기인 연말 소비 심리 자체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limhj@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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