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는 줄어드는데…왜 교육청 직원은 더 늘었을까
파킨슨의 법칙 "공무원 수는 항상 증가"
(1) 관리자, 지위 높이려 더 많은 직원 요구
(2) 인력 늘면 일거리도 함께 늘어 '악순환'
공무원 많아지면 불필요한 규제도 늘어
시장에 개입할수록 권한도 커지기 때문
초·중·고교생이 한 해가 다르게 감소하고 있다. 초저출생의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학생에게 쓰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줄지 않고 있다. 써도 써도 돈이 남아서 전국 시도교육청에 쌓여 있는 돈이 11조원이다. 교육청 공무원도 오히려 늘었다. 공공 부문 운영이 방만한 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 공동수장을 맡을 일론 머스크는 “연방정부 직원을 절반 이상 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이 불필요하게 많아지는 것은 보편적 현상이다. 이를 이론적으로 규명한 법칙까지 있다.
공무원이 늘어나는 이유
시릴 노스코트 파킨슨 영국 해양사학자는 1955년 11월 시사 잡지 이코노미스트에 ‘파킨슨의 법칙’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칼럼에서 제1차 세계대전 후 영국 해군의 인력 구조 변화에 특이한 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1914년부터 1928년까지 영국 해군 장병은 14만6000명에서 10만 명으로, 함정 수는 62척에서 20척으로 대폭 줄었는데 해군본부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2000명에서 3569명으로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영국 식민성의 인력 구조 변화도 의아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영국 식민지 대부분이 독립했는데, 식민성 직원은 1935년 372명에서 1954년 1661명으로 네 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파킨슨은 공무원 수와 업무량은 관련이 없으며, 업무 양과 무관하게 공무원이 증가한다는 ‘파킨슨의 법칙’을 제시했다.
그는 이런 현상의 배경에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봤다. 첫째, 부하 배증의 법칙이다. 관리자 위치에 있는 사람이 부하 직원을 늘리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부하 직원이 많으면 자기 업무를 분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위도 확고해지기 때문이다.
둘째, 업무 배증의 법칙이다. 인력이 늘어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일거리가 늘어난다. 지휘, 보고 체계가 복잡해지고 늘어난 인력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해진다. 인력이 많아진 만큼 일거리가 늘고, 일거리가 많아진 만큼 인력을 또 늘려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세금으로 먹여 살리는 공무원
파킨슨의 법칙은 2024년 대한민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을 합친 공무원 정원은 2013년 90만7324명에서 작년 113만6745명으로 10년 만에 25.3% 증가했다.
경제 규모 확대와 사회 변화에 따라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공공 부문 확대는 국민 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 우선 공무원 인건비가 모두 세금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성장률이 -0.7%로 떨어진 2020년에도 공무원 인건비 총액은 전년 대비 5.1% 증가했다. 올해 공무원 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한 정부 보전금이 8조6000억원, 국민 1인당 17만원이다. 미래에 공무원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적립해둔 충당부채가 작년 말 기준 985조원에 이른다.
한국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등 공공 부문 취업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기준 8.8%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8.6%보다 한참 낮다. 일부에서는 이를 근거로 공무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사립학교 교직원, 어린이집 교사,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일자리를 모두 포함하면 한국의 공공 부문 비중은 낮다고 할 수 없다.
국민 위해 일하지 않는 공무원
공무원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성실하게 일한다면 인원수가 많은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공무원이 사심 없이 공공 이익에 봉사하는 것은 아니다.
공적 의사결정 과정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공공선택론에 따르면 공무원은 공공보다 소속 집단의 이익을 추구한다. 그래서 불필요한 법과 규제를 만들어낸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여지가 많을수록 공무원 권한이 커지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법·제도를 특정 이익집단에 유리하게 운용하기도 한다. 공무원이 이익집단의 포로가 되는 것이다.
공무원 절반을 해고하겠다는 머스크의 주장은 과격한 면이 있다. 업무 특성을 무시하고 인원을 줄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비대해진 공공 부문과 지나친 규제가 경제를 짓누르는 것은 아닌지, 한국도 머스크식 개혁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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