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 보호막이 없다…탄핵국면에 고립무원 반도체

박순원 2024. 12. 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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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후폭풍이 반도체 업계를 강타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국 공장 건설을 압박하고 있는데, 사실상 우리 행정부가 이를 협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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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건설 중인 텍사스 테일러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후폭풍이 반도체 업계를 강타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국 공장 건설을 압박하고 있는데, 사실상 우리 행정부가 이를 협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다.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 정부는 지난 2022년부터 최근까지 우리 정부에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 공장을 미국 현지에 지어달라고 수 차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패키징 등 후공정 뿐 아니라 초미세·최선단 공정이 적용되는 공장을 지어달라는 요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사정에 정통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 정부가 한국의 지정학적 불안 요인을 AI 반도체 등 첨단 공장을 미국에 현지에 지어달라고 수차례 요구해오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한국은 안전한 나라'라는 것을 근거로 선단 공정 시설이 미국으로 이전되는 것을 거절해오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계엄 등으로 불안 요인이 커지면 미 정부의 요구를 거절할 명분이 설득력을 잃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TSMC도 최근 미 정부로부터 애리조나 신규 팹에서 엔비디아의 최신형 AI 가속기 '블랙웰' 시리즈 양산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애리조나 공장서 블랙웰을 양산하더라도, 테스트와 패키징 등 후공정은 대만으로 옮겨와 진행하는 비효율적 방식을 택해야 한다.

TSMC 애리조나 공장은 첨단 패키징 공정인 'CoWoS'를 지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TSMC 입장에서 블랙웰 양산은 대만 내에서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미 정부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로이터는 "TSMC가 애리조나에서 엔비디아 블랙웰 칩을 생산할 계획이지만, 칩은 여전히 패키징 공정을 위해 대만으로 다시 운송돼야 한다"며 "TSMC의 CoWoS 생산능력은 모두 대만에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만에 가해졌던 이 같은 압박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총 450억달러(64조원)를 투자해 텍사스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고, SK하이닉스도 38억7000만달러(5조5000억원)을 들여 애리조나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짓기로 했다. 하지만 두 기업에 대한 미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반도체대학 교수는 "우리 정부가 나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향한 미 정부의 요구를 방어해줘야 하는데, 현 사태가 길어지면 우리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조속히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는 것이 우리 반도체 업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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