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 암초' 경영권 흔드는 유류분 최소화하려면 [중기법률톡톡]

상속시점 맞춰 미리 증여 계획
예상 상속·사전증여 재산 정리
승계 무관한 재산은 유언 명시
'유언대용신탁' 활용도 방법

게티이미지뱅크

기업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가장 고민되는 문제 중 하나가 유류분이다. 기업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물려받을 자녀에게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주식을 물려줄 필요가 있다.

우리 민법은 피상속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상속인들에게 피상속인의 상속 재산(유증 및 증여 재산 포함) 중 일정한 몫은 법적으로 무조건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으며 이를 유류분이라고 한다. 만약 피상속인이 누군가에게 재산을 증여하거나 유증해 상속인이 유류분을 받지 못했다면 상속인은 재산을 받은 사람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을 물려받을 후계자인 자녀에게 주식을 물려주었는데 이러한 주식 증여나 유증이 후계자가 아닌 다른 자녀의 유류분을 침해한다면 그 자녀는 기업 후계자인 자녀를 상대로 주식 자체를 반환 청구할 수 있다. 유류분은 증여 또는 유증받은 재산 자체를 반환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주식으로 유류분을 반환하면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승계 과정에서 유류분 문제를 최소화하는 여러 방안이 나온다.

가장 먼저 활용되는 방안은 미리 예상되는 유류분을 계산한 후 사전증여(자녀의 경제력에 따라 일부 재산은 저가 매수) 및 유언장 작성을 통한 유증을 병행하는 것이다. 피상속인의 예상 상속 재산과 자녀들에게 그동안 증여했던 재산 내역과 가액을 정리한 후 예상 유류분액을 산출하여 그에 맞게 적절하게 재산을 사전증여하거나 유증하는 방안이다. 사전증여 계획과 유증을 동시에 진행하는 이유는 유류분은 유언으로 물려준 유증 재산부터 반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재산은 증여세 조달 일정에 맞춰 사전증여 계획을 세우고, 승계에 필요 없는 재산은 유언으로 물려주는 식으로 준비하게 된다. 유언장을 작성한 후 자녀에게 재산을 추가로 증여하거나 일부 재산 가액이 크게 상승하여 재산 변동이 있는 경우에는 다시 유류분을 계산하여 그에 맞게 유언장을 업데이트한다.

다음으로는 주식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는 방법이 있다. 신탁이란 쉽게 말하면 내 재산을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겨 이 사람이 재산을 관리, 처분하고 그로 인한 수익을 수익자에게 주게 하는 것이다. 이때 재산을 맡기는 자를 위탁자, 재산을 맡아서 관리해주는 자를 수탁자, 맡긴 재산을 신탁 재산, 맡긴 재산을 운용하여 발생하는 수익을 신탁 수익이라고 한다. 신탁 수익을 가져가는 사람은 수익자라고 한다.

신탁이 되면 신탁 재산의 명의는 위탁자에서 수탁자로 변경되게 되며, 수탁자는 위탁자가 신탁 계약에서 미리 정한 대로 신탁 재산을 관리하고 그 수익을 수익자에게 나눠줘야 한다.

신탁 중 유언대용신탁은 생전에 재산을 맡겨서 관리할 뿐만 아니라 사후에도 신탁 계약에 따라 계속 재산을 관리, 처분할 수 있게 하는 신탁이다. 유언과 유사한 효과를 가진다고 하여 유언대용신탁이라고 한다.

유언대용신탁을 한다고 하여 유류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언대용신탁을 해도 유류분 반환 대상이 된다는 것이 다수 하급심 판결의 입장이다. 다만 유류분에도 불구하고 신탁을 통해 상당 기간 동안 기업 후계자의 의결권 행사에는 문제가 없도록 할 수 있다.

기업 오너인 피상속인이 예상 유류분만큼의 주식을 수탁자에게 신탁하는 경우를 가정하자. 생전에는 피상속인이 주식 배당금을 수령하고 그 의사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한다. 사망 후에도 일정 기간(20년 정도) 동안 신탁이 유지되도록 하면서 해당 주식의 의결권 행사 지시는 기업 후계자인 자녀의 의사에 따라 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이익배당금만 후계자가 아닌 자녀에게 지급된다. 20년이 경과한 후 후계자가 아닌 자녀에게 유류분만큼의 주식을 이전하면 그때는 이미 기업 후계자인 자녀가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해 가업 승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주식 신탁은 기업 후계자가 아닌 자녀에게 주식을 일부 물려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매우 유용하다. 주식 신탁 활용도가 그동안 매우 낮았던 이유는 금융기관이 유언대용신탁을 받은 주식에 대해서는 총 주식의 15%만 의결권을 행사하게 하는 등 제한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11월 중소·중견기업이 안정적으로 가업을 승계할 수 있도록 유언대용신탁에 위탁된 주식은 온전히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위 법안이 통과된다면 위 주식 신탁도 유류분 반환으로 인한 가업 승계상 어려움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활발히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양소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