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담화'에 외신도 "법적근거 없다. 군 명령 누가?"…"무정부 상태" 지적
국민의힘 의원들 불참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가 무산된 뒤 8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공동 대국민 담화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배제를 선언한 가운데 외신이 관련한 법적 근거 결여를 지적하며 국방을 포함한 한국 정부의 "책임자가 누구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8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이 더 이상 국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자신을 정부의 의사 결정권자로 내세웠다"며 "문제는 한국 헌법은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탄핵되지 않는 한 누구도 이를 대신하도록 허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의 국정 '배제'를 규정한 법률은 없다. 대통령 직책은 사임이나 탄핵을 통해서만 합법적으로 비워질 수 있다"고 짚었다.
<뉴욕타임스>는 실제로 윤 대통령이 8일 행정안전부 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해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9일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지금 국군통수권은 누구한테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대통령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언급하면서도 대통령 사임 시점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신문은 계엄령 선포가 초래한 "권력 공백" 상태가 분석가들이 "헌법적 위기"로 부르는 상황으로 한국을 몰아넣고 있다고 짚었다.
<뉴욕타임스>는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가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지침을 내리지 못하고 명령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현 상황을 "대통령이 존재하지만 무정부 상태"라고 규정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취임을 앞두고 섬세한 외교가 필요한 상황에서 한국 국민들이 국방 및 외교를 포함해 누가 정부의 책임자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강 교수가 "지금처럼 정치적으로 유동적인 시기에 정부 관료들은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모른다"며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국가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윤 대통령은 가능한 빨리 사임 또는 탄핵을 통해 퇴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법적으로 윤 대통령은 여전히 군통수권자"라며 현재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한국군이 북한에 대응해야 할 경우 누가 명령을 내릴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신문에 "북한이 한국의 정치 상황을 시험하기 위해 도발을 감행한다면 그(윤 대통령)가 군통수권자로서의 권력을 다시 주장할까? 이는 권력을 둘러싼 다툼으로 이어질까?"라고 우려했다.
8일 <로이터> 통신도 이날 한국 국방부가 현재 한국군 통수권자가 누구인지를 묻는 외신의 거듭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현 상황이 "군사적 위기"를 가져올 수 있음을 우려했다. 통신은 분석가들이 한국 지도부 위기가 북한을 억제하려는 동맹의 노력의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리프 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가 "북한은 아마도 이번 사태에 대해 지켜보는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의 분열을 이용하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탄핵소추안 무산 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아시아 담당 연구원 칼 프리드호프가 "국민의힘이 국가보다 당을 존중하기로 선택함에 따라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라며 윤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보도했다.
프리드호프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세계적으로 보수 정당이 국가보다 정당을 우선시하는 사례를 수차례 봐왔으며, 이제 한국도 그 목록에 추가할 수 있게 됐다"며 "대통령 임기가 어떻게 끝날지는 한국 국민들이 어떤 종류의 시위를 기꺼이 지속할 수 있는지에 크게 달려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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