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만에 무너진 50년정권…시리아 무능정치와 '전쟁 나비효과'
시리아 반군으로부터 축출된 뒤 해외로 도피했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러시아에 망명했다. 중동 인근에서 발생한 2개의 전쟁은 약 13년간 이어져 온 시리아 내전이 사실상 막 내리는 데 영향 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번 일로 향후 시리아 통치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중동 내 새로운 군사 충돌 우려가 제기된다.
8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리아노보스티 등 러시아 매체들은 크렘린궁 관계자를 인용해 "아사드 대통령과 그의 가족이 모스크바에 도착해 정치적 망명을 허가받았다"고 보도했다. 두 매체에 따르면 익명의 크렘린궁 관계자는 "러시아는 항상 시리아 위기의 정치적 해결을 지지해왔다"며 "유엔(UN·국제연합) 중재 회담이 재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시리아 반군 세력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의 고위 사령관 하산 압둘 가니는 전날 모바일메신저 왓츠앱을 통해 "우리는 다마스쿠스시(시리아 수도)가 독재가 아사드로부터 해방됐다고 선언한다"며 "전 세계 난민들에게 자유로운 시리아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반군의 승리 선언과 아사드 대통령의 망명으로 약 50년간 이어진 아사드 가문의 독재는 마침표를 찍게 됐다. 2011년 '아랍의 봄'을 계기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도 13년 만에 끝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만에 50년 넘게 이어져 온 아사드 정권이 붕괴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970년대 초반부터 아사드 정권이 철권 통치를 해온 시리아 역사에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이라고 짚었다.
군사적으로도 아사드 정권이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에 의존하면서 수년간 약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혼란에 빠지고, 중동에서 지난해 이스라엘이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를 비롯해 이란 및 그 동맹 세력과 충돌하면서 시리아 정부도 이에 따른 악영향을 받았다.
NY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시리아는 크렘린궁의 우선순위 목록에서 곤두박질쳤다"며 "시리아 내 러시아 기지는 우크라이나에서 패배한 사령관들이 보내지는 곳이자 우크라이나의 참호를 피하려는 병사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한 전문가는 NYT에 "시리아는 우크라이나 전장과 대비해 러시아 군인들의 휴양지로 변했다"며 "성적이 저조한 장군들에게 시리아에서의 복무는 일종의 망명이었다"고 말했다.
반군은 수개월 전부터 이같은 공격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9일 로이터통신은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리아 반군은 약 6개월 전 튀르키예에 대대적인 공세 계획을 전달하고, 튀르키예의 암묵적인 승인을 받았다고 여긴 뒤 아사드 정권을 장악할 기회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튀르키예의 한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HTS는 우리로부터 명령이나 지시받지 않으며, 우리와 작전을 조율하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당초 시리아 정부군과 대립해온 미국은 반군의 승리 선언 직후 시리아 중부에 있는 이슬람국가(IS) 기지를 공습했다. 혼란을 틈 타 IS 세력이 커지는 걸 막겠다는 취지였다. 중동 내 미군을 총괄 지휘하는 중부사령부는 이날 "B-52, F-15, A-10 등 공군 자산 여럿을 동원해 75개 이상 표적을 공격했다"며 "대통령의 승인에 따라 우리는 IS 전사와 지도자들이 대거 모이는 곳을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의 새로운 군사 충돌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이스라엘 국경 인근의 불안정이 급증할 것을 우려한다"며 골란고원 점령지의 비무장 완충지대에 진입했다. 이라크 역시 시리아와의 국경 검문소를 폐쇄하고 통제를 시작했다. 골란고원은 시리아와 이스라엘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시리아 영토였던 골란고원을 점령했다. 이후 1974년 양국 휴전 협정에 따라 골란고원에 군사 완충지대가 설정됐고, 유엔휴전감시군(UNDOF)이 이 지역에 주둔을 시작했다.
러시아는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주유엔 대사를 통해 9일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에 긴급회의를 개최를 요청했다. 폴리안스키 대사는 텔레그램에 올린 게시글에서 "골란고원에 위치한 UNDOF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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