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韓경제에 떨어진 계엄 폭탄…경기 침체 초읽기
트럼프 당선으로 바짝 긴장한 경제에 ‘이중고’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후폭풍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국 경제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섰다. 가뜩이나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내부 정치 요닌으로 정치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상태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의 장기화로 국정 동력이 떨어지고 대외신인도 조정이 이뤄질 경우 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불가피한 경기 침체…회복 얼마나 걸렸나
당장 증시 하락과 환율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내수 경기는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여행·관광·호텔 업계에선 직격탄을 맞는 분위기다. 실제 일본의 수학여행 단체는 한국 방문을 취소했고 여행사를 통해 한국을 찾을 계획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일행도 여행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한 특급호텔의 경우 계엄 이후 약 10건의 예약이 취소됐고 다른 호텔은 연말 연회 예약의 5% 정도가 취소되기도 했다.
이들의 불안을 더하는 점은 해외 각국에서 한국 여행 주의보를 내리고 있다는 부분이다. 영국 외무부는 광화문, 대통령실(삼각지), 여의도 국회 주변에서 시위가 예상돼 인근 지역을 피하라며 자국민들에게 여행 경보를 내렸다.
미국의 경우 주한 미국대사관의 공지를 통해 "시위가 일어나는 지역은 피하고, 대규모 군중, 모임, 시위 또는 집회 근처에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평화적인 시위도 폭력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공지는 한국어판에선 보이지 않고 영문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통업계는 연말 특수가 사라질 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상 유통업계에서는 성탄절 등의 연말 쇼핑 시즌이 포함된 4분기 매출 규모가 가장 크다. 하지만 정국 불안 속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매출 급감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2016년 말 촛불 시위 당시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1%,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매출은 5.5% 감소했다. 당시 탄핵 정국 여파로 백화점 업계는 2016년 말 겨울 세일 매출이 5년 만에 역성장한 바 있다.
정치적 혼란이 정리되기 전까지 내수 침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두 차례의 탄핵 과정에서 소비 위축은 1~2분기에 걸쳐 나타나다 3분기 이후부터 점차 회복되는 패턴을 보여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2004년 3월 이후인 2분기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9을 나타냈다. 전 분기(95)보다 6.3% 떨어진 수치였다. 이후 고물가·고유가에 강달러 현상까지 겹치며 소비자심리지수 3분기 87, 4분기 85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23년 12월)를 기준값 100으로 해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이라는 의미로,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고 해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국정농단의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한 2016년 11월 소비자심리지수(96)는 전월(102.7)보다 6.5% 떨어지며 소비 심리가 얼어붙기 시작해 이듬해 1월엔 93.3까지 떨어졌다. 이후 헌재가 탄핵을 결정한 3월 이후에야 점차 살아나기 시작했다.
트럼프發 '불황 우려' 구체화시킨 '계엄'
현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내수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엄'과 '탄핵'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졌다는 점이다. 지난달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100.7로 전월보다 1.0% 하락했다.지난 10월 석 달 만에 반등한 소비자심리지수는 한 달 만에 다시 하락했다. 트럼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국내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와 기업의 경기 심리가 얼어붙은 것이다.
반년 뒤 경기 상황을 예측하는 향후경기전망지수는 더 낮다. 지난달 74를 나타낸 해당 지수는 전월 대비 7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하락 폭은 2년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미 경제주체들이 향후 경기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 와중에 초대형 국내 정치 이슈가 터졌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례에 비춰 봤을 때 구체적인 정치 일정 로드맵이 나와도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에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내년을 접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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