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군 건설사 보증도 무용지물···정치 불확실성에 PF자금시장 다시 한파
불확실성에 3.9% 고금리 발행
연말연초 줄줄이 상환 가능성도
금융기관 자체 리스크관리 강화
중소형사 개발사업 타격 불가피
국토부 PF제도 선진화도 '제동'
탄핵 정국으로 인해 부동산 개발업계가 자금시장 변동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도 개선 법안이 제동이 걸린 데다가 금리 인하로 겨우 살아나던 자금시장이 불확실성 증대로 다시 침체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9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가양동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의 1140억 원 규모 대출채권은 특수목적법인(SPC)인 '에이비베타제일차'를 통해 지난 5일 유동화됐다. 만기는 이달 23일로, 발행금리는 3.9%다.
금융기관은 건설사와 시행사 등에 PF자금을 대여하고 발생한 대출채권을 다시 유동화해 현금을 확보한다. 대부분 3개월 만기로 차환(롤오버)되는 단기 증권이다. 따라서 PF유동화증권 금리는 시장의 체감 경기를 빠르게 반영하는 일종의 바로미터로 볼 수 있다.
가양동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장 PF대출에 대한 유동화증권은 만기 18일물, 3.9% 금리로 발행됐다. 앞서 만기 90일물 유동화증권은 최근 3.75~3.85%에 발행된 바 있다. 통상 만기 기간이 짧을수록 낮은 금리로 발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가양동 개발사업장 PF 유동화 증권 발행 금리가 높게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1군 건설사인 현대건설이 지분을 투자하고 신용을 보강한 사업장이지만 투자자를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국이 불안정해 내년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일찌감치 지갑을 닫는 분위기"라며 "연말 연초 차환을 앞둔 PF유동화증권들이 잇따라 상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PF시장 관계자도 “가산금리가 야금야금 오르고 있어 내년 시장 전망이 막막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채권 유동화를 통한 현금 확보가 어려워지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금융기관은 신규 PF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금리도 내년 시장에 대한 불안감으로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최근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PF 금리의 기준이 되는 CD금리는 하락했지만 실제 시장에서 체감하는 자금 조달 부담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발행한 에이비베타제일차(3.9%)의 금리는 지난달 29일 발행된 '하나와이제일차(3.75%)'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는 경상남도 양산시 평산동 공동주택 개발사업 대출채권을 유동화한 것으로, 불과 1주일 사이에 서울의 개발 사업장이 지방 주택 사업장보다 리스크가 높다고 평가된 것이다.
이 같은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이미 자체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는 만큼 중소형 시행사와 건설사가 참여하는 개발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토부가 추진하던 부동산 PF 제도 개선도 제동이 걸렸다. 개발사업의 자기자본을 20~40% 수준으로 상향하고 토지매입시 사용하던 브리지론을 토지주의 현물출자로 대체하는 등 PF사업의 선진화 방안을 담은 내용이다. 내년께 내놓을 예정이던 건설사들의 책임준공 개선방안 역시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부동산 개발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가 더 강화되고 선별 투자가 이뤄짐에 따라 지방 혹은 중소형 개발사업의 자금줄은 더 마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개발 시장 상황은 결국 공급 위축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이미 올해(1~10월)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은 24만 4777가구로, 전년 동기(30만 2744가구) 대비 20% 가까이 감소해 1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상태다. 건설사 역시 이미 환율 변동에 따른 원자잿값 부담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고 있다. 올해 들어 부도가 발생한 건설업체는 총 29곳으로 지난해 21곳을 넘어섰다. 폐업에 들어간 종합 건설 등록업체는 394개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85% 증가했다. 대형 건설사의 한 임원은 "올 한 해 부실 PF시장 연착륙을 추진하면서 모두 내년 시장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찬물을 맞은 것"이라며 "당분간 사업을 벌이기보단 관망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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