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개미도 국장 떠난다…줍줍 기회? '기대말라' 의견도
탄핵소추안 폐기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자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빠르게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 9일 나란히 하락 출발한 코스피와 코스닥은 개인 매도에 밀려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정치 리스크로 인해 증시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매매 전략에 대해서는 전문가별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56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2.13포인트(1.74%) 떨어진 2386.03을 나타낸다. 이 시각 현재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22.69포인트(3.43%) 하락한 638.64를 기록 중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장 중 각각 2374.07, 635.98까지 주저앉으며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다. 개인 매도세의 영향이다. 개인은 코스피에서 4292억원, 코스닥에서 415억원씩 팔아치우고 있다.
증시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자동 폐기되면서 탄핵 정국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증권가에서는 탄핵 정국의 방향이 결정되면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다고 분석해왔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 탄핵 이슈 사례에서 금융시장은 탄핵소추안 가결 시 단기 불확실성 해소로 반응했고, 이후 글로벌 경기 사이클에 연동했다"고 설명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도 "탄핵소추안 투표 불성립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연장됐다"며 "증시와 외환시장의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매매 전략과 관련해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크게 저가 매수와 현금 보유 중심의 보수적 접근으로 갈린다. 우선 저가 매수 전략을 추천하는 근거는 국내 증시가 과도한 저점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밸류에이션(주가 수준) 관점에서 자산별 가격 매력이 존재하고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선 것도 믿어볼 만하다는 주장이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는 애초에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고 이번 계엄령 사태를 한국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어 한국 민주주의 본원력에 놀랐다는 외신의 반응이 있다"며 "한국의 본원력이 입증된다면 이번에도 박스권 하단은 지켜낼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이번 계엄 사태로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지 않는다면, 코스피 2400 수준에서 저가 매수가 유효하다고 봤다.
향후 탄핵안 가결 가정 시, 갑작스러운 증시 반등에 대응하기 위한 사전 매수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주식시장은 정치 불확실성 완화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며 "주식시장의 단기 하락은 진정될 것"이라고 했다. 극단적인 국내 증시 외면보다는 향후 정책 변화 가능성에 초점을 둔 매매에 집중하라고 지적했다.
반면 탄핵안 가결이 이뤄져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더라도 단기 반등 요인에 그쳐,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 원인이 정치 리스크보단 내수 경기와 기업 모멘텀(주가 상승 동력) 악화 등 다른 요인에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에 따라 탄핵 정국의 방향이 뚜렷해지더라도 장기적인 상승 흐름을 이끌기엔 추진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평가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탄핵이 될지, 혹은 되지 않을지 결론이 잡히면 증시가 단기적으로 반등하겠지만 여전히 시장의 전반적인 약세를 벗어나기는 어렵다"며 "기본적으로 글로벌과 비교되는 우리나라의 경기 모멘텀 부족과 그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더 큰 요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질적인 악재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정부 탄핵 결정에 따른 증시 상승 사례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 영향만으로 국내 증시가 부진하다면 기회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만 이번 국면은 과거 정치 혼란과 차이가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와 비교해보면 수출과 내수 여건이 모두 불리하다. 경기에 예민한 업종들은 주가가 개선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진석 기자 wls74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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