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랬더니 하필 거기로···천적에게 가버린 외인 원투펀치, 키움이 감당해야 할 쌍부메랑 예감

김은진 기자 2024. 12. 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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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키움에서 뛰고 최근 KT로 이적한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키움 히어로즈 제공



KT는 올해 상위 팀엔 약했지만 하위 팀에 강했다. 9위 NC를 10승6패로 눌렀고, 최하위 키움에는 2경기밖에 안 주고 무려 14승을 가져왔다. 두산에게 4승12패로 밀린 것을 키움에게서 거둬들였다. 5위 결정전까지 치러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준플레이오프까지 나간 KT에게 키움이 없었다면, 기적 같은 여름 상승세도, 가을야구도 없었다.

심지어 KT는 그 키움에서 외국인 투수까지 빼 왔다. 올해 키움에서 뛴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는 KT 상대로는 3경기에서 3패로 부진했다. KT전 평균자책도 5.28로 높았다. 그러나 이 3경기에서 키움 타선이 뽑은 득점은 2점뿐, 헤이수스가 던지는 동안에는 무득점에 그쳤다. 헤이수스는 13승 투수다.

반대로 헤이수스는 LG 상대로 3차례 나가 1점도 주지 않고 3승을 거뒀고, 두산에게도 4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 2.55로 강했다. 매년 상위권 싸움을 준비하는 팀이 된 KT에게 LG와 두산은 꼭 넘어야 할 산이다. 기록상, 키움에서 나온 헤이수스 영입은 KT에 분명히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지난 11월30일 발표된 2025년 보류선수 명단에서 외국인 투수 헤이수스와 아리엘 후라도를 모두 제외한 키움의 충격적 행보는 예상치 못한 구도로 이어진다. 선발 약한 약팀들이 채가는 것이 아니라 강팀들이 데려가 전력을 더 강화했다.

16번 만나 겨우 2번밖에 이기지 못했던 KT에게 13승 외인 투수를 보내버린 키움은 2년 간 에이스로 뛴 ‘이닝이터’ 후라도는 삼성에 내줬다.

키움에서 2년을 뛰고 최근 삼성으로 이적한 아리엘 후라도



삼성 역시 올해 키움이 6승10패밖에 하지 못한 상대다. 무엇보다 그 6승 중 절반인 3승을 후라도가 해줬다. 후라도는 삼성전에 5경기 나가 3승2패 평균자책 3.19로 잘 던졌다. 무엇보다 후라도는 지난해 183.2이닝(3위)에 이어 올해는 190.1이닝(2위)을 던진 최근 리그 최강 이닝이터다. 올해 정규시즌 2위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한 삼성에는 170이닝 이상 던진 선발 투수가 아무도 없다. 삼성의 가장 가려운 곳을 키움에서 나온 후라도가 긁어주러 합류했다.

구단들이 외인 선수와 작별하면서도 보류권을 갖는 데는 ‘경쟁’ 혹은 ‘견제’ 의미가 포함돼 있다. 유능한 선수지만 어떤 사유로든 함께 가지 못하게 될 경우 보통 보류선수로 묶어 리그 내 경쟁 팀으로 못 가게 하는 것은 상도덕과 무관한 정상적인 구단 운영이다. 어느 팀으로 가서 우리 팀에 어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키움은 팀 전력이 약화된 마당에 기존 외인 투수들의 몸값은 높여줘야 하게 되자 둘 다 포기하는 전략을 택했다. 어차피 젊은 투수들을 키워야 한다며 10승 투수 둘을 다 쿨하게 보내줬다. 잡을 상황이 아니니 선수 발목을 잡지 않기 위해 풀어줬다고 하지만 내년 목표에 ‘육성’ 외에 ‘경쟁’은 없는 팀처럼 이야기 하고 있다.

풀었더니 하필 키움을 사정없이 잡던 팀으로 둘 다 가버렸다. 만나면 실컷 두들겨 패던 KT와 삼성을 오히려 도와준 셈이 됐다. 내년 KT 헤이수스와 삼성 후라도가 키움 상대로 어떤 투구를 하게 될지, 그래서 내년의 상대전적은 또 어떻게 변화할지는 1차적인 관전 요소다. 무엇보다 키움 덕택에 내년 리그 경쟁 구도가 매우 흥미로워졌다. 그러나 그 구도에 정작 키움이 포함되기는 더 어려워졌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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