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탄핵표결 전 3일간 국채 1.6조 던져…朴 때보다 더 안 좋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직전 3일간 4381억원 매도
“탄핵 관련 불확실성 더 커” 변동성 확대 우려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이 최근 3일만에 국채 1조6000억원어치의 물량을 시장에 내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추진되던 2016년 말 당시보다도 강한 매도세다. 전문가들은 탄핵안 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의 ‘투자자별 거래현황’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지난 7일까지 3일간(12월 4~6일) 외국인은 총 3조3092억원에 해당하는 채권을 거래했다. 이중 국채 거래량이 3조382억원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외국인들은 1478억원의 국채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3일간 총 1조5930억원의 국채를 매도한 반면, 매수한 채권은 1조4452억원에 그쳤다.
이는 8년 전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추진되던 때보다 매도세가 더 거세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가결됐는데, 당일까지 3일간(2016년 12월 7~9일) 외국인들의 채권 거래량은 2조1748억원에 그쳤다.
매도세 역시 윤 대통령 때 대비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당시 외국인들은 국채를 4381억원 팔고 5609억원에 사들이며 종합으론 1228억원 순매수를 기록했었다. 국채 매도·매수 여부는 대외신인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8년 전보다도 현재 우리 경제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더욱 악화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불확실성을 이유로 국채를 순매도하면 채권금리가 상승하고 자금 이탈로 원·달러 환율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다. 환율은 8년 전보다 더 크게 출렁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당일, 원·달러 환율은 1165.9원을 기록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의 심리적 저항선은 1200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부결되고 첫 장이 열린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1430원을 돌파했다. 전거래일보다 6.8원 오른 1426원에 거래를 시작해 점차 상승하더니, 전 거래일 종가보다 10.8원 급등한 결과다. 이는 장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0월 26일(1432.4원)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탄핵 정국이 길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한국의 정치 상황을 반영해 원·달러 환율이 내년 5월 1500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의 정치적 특수상황 외에도 각종 대외여건 악화가 원화 값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현재 금융시장 역시 예측이 불가능한 ‘안갯속’에 놓였다고 진단한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본부장은 “8년 전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후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또 인용이 될 경우 조기 대선에 들어간다는 정치적 스케줄이 있었다”며 “지금은 탄핵이 부결됐고, 또 정부·여당에서 질서있는 퇴진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그 일정이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통령이 더 이상 실질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있다고 해도 그게 막연하니 시장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이 아니더라도 고금리의 장기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당선 등 대내외 여건이 매우 안 좋다는 점 역시 치명적이다.
이 본부장은 “탄핵 정국 전에도 환율은 계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었다”며 “2022년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이 되면서 환율은 매년 100원씩 올랐고, 기본적으로 미국 경제가 강세를 이어가는 와중 금리까지 더 높으니 자금이 국내에서 국외로 빠져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대형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아시아 금리·외환전략 공동책임자인 아다르시 신하는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원화가 9일 장이 열리면 (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좋지 않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탄핵마저 불발해 원화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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