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학병원서 함부로 치료 안 돼"…퇴출 위기의 필수 의료진들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12. 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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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를 부탁해] 대한민국 의료 체계 개편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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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양이 노트
- "중환자실 수가 50% 파격 인상"... 그럼에도 의료진들은 위기감
- "결국엔 돈이 문제"... 퇴출 위기의 필수 의료 과목들
- 누가 더 중증일까? 누구를 먼저 살릴 것인가?... 결국 제로섬 게임
-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3년간 10조 투입"... 사업비가 고갈되면?

지난주 긴박했던 '계엄의 밤'을 지났죠. 계엄 당시 포고령을 다시 복기를 해보면 포고령은 일반적인 사항을 쓰거든요? 근데 엉뚱하게 5항에 '이탈 전공의 처단'이라는 다소 의아스러운 내용이 있어요. 왜 이런 극단적 표현까지 쓰며 전공의들의 복귀를 강요했을까? 우리는 현장의 상황을 좀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비상계엄 포고령> - 12월 3일 23시 기준-
5항.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아티클입니다>

사실 정부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이참에 아예 전문의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방향은 맞는데 이 돈이 언제 고갈될지 모르죠. 그러니까 결국 이건 돈에 관련된 문제예요. 이게 이렇게 급하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의료 공급자, 의료 사용자, 우리 국민 모두가 현장에서 위기감을 느끼는 거예요.

전공의들이 병원을 2월에 떠나면서 상급종합병원이 비상 체계로 굴러가기 시작했어요. 상급종합병원은 여러분들이 흔히 알기로는 대학병원이에요. 그리고 전공의가 빠지니까 당연히 상급종합병원에 전문의밖에 없겠죠. 그리고 전문의만 있으니까 이전보다 병원이 덜 굴러가요. 수술, 그다음에 중증 환자, 폐렴 환자, 간농양(liver abscess) 환자, 이런 중증 감염 환자들이 입원실 찾기 어렵고 수술 연기되고 막 그랬어요. 그리고 상급종합병원들이 지난해보다 병실, 수술 이런 것들이 잘 안 되니까 재정이 안 좋아졌어요. 그러면 이참에 아예 전문의 중심으로 가보고 중증 중심으로 해보자고 나온 거예요.
정경실ㅣ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 (지난 9월 27일)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 사업은 그간 왜곡된 의료 공급과 이용 체계를 바로잡고, 바람직한 의료 전달 체계로 혁신하기 위한 첫걸음이자 중간 과정입니다.

사실은 상급종합병원 가니까 그동안 경증 환자들이 너무 많았어요. 특히 응급실 갔더니 경증 환자들이 침상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중증 환자가 못 가, 그런 거 우리 너무 많았죠. '아 그래, 그러면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환자만 받고 경증 환자는 좀 덜 보게 그렇게 구조를 전환하자'는 거예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이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 이걸 언제 들었죠? 올해 처음 들었어요. 올해 7월 정도에 들었어요. 그러니까 이거는 우리가 계획했다라기보다는 상급종합병원의 비상 상황 때문에 이런 상황을 극복해 보자는 거예요. 방향은 맞는데 다만 이렇게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게 몇 년 전부터 계획적으로 진행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죠. 진작에 한 5년 전부터요.

"중환자실 수가 50% 파격 인상"... 그럼에도 위기감 느끼는 의료진들

중증 환자 비율을 높여서 65%~70% 정도의 목표를 두지만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고 했어요. 일단 중증을 많이 보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경증 환자를 덜 봐야죠. 그래서 병실을 줄여요. 얼마큼? 보건복지부는 '10~15% 줄여야 한다'고 해요.

그렇게 병실을 줄이면 사실 병상 하나당 병원이 갖고 있는 수익이 있을 거 아니에요. 보건복지부는 '그 손해를 우리가 보전해 주겠다'고 해요. 그래서 병실료를 올렸어요.

가장 먼저 정부가 발표한 건 중환자실 수가를 50% 더 인상했어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하루당 30만 원, 그다음에 2~4인실 입원료도 50% 인상했어요. 그래서 하루당 7만 5천 원, 이게 딱 발표되니까 바로 이제 상급종합병원 현장에서는 그런 반응도 있었죠. "적극적으로 중환자실을 이용해 달라." 그래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에 참여했어요.


사실은 기존에는 중환자실은 손해였어요. 우리나라에서 왜 중환자실이 늘 부족하냐면 중환자실은 베드 수를 늘리면 늘릴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냥 최소한의 것만 병원들이 갖추기 때문에 그래요. 그러니까 이렇게 50% 파격적으로 인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죠. 그리고 2~4인실 입원료도 50% 인상한 건 파격적인 거죠.

여기까지는 뭐예요? 긍정적이죠. 그리고 회송 수가라는 걸 올렸어요. 1차, 2차 병원에서 대학병원을 보낼 때 그 수가를 올리고 그리고 대학 상급종합병원에서 급성 위중할 때 치료한 다음에 다시 이쪽에 보내야죠. 그 수가를 올렸어요. 그러니까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환자가 급할 때 그때 딱 치료하고 빨리빨리 이제 1차, 2차 병원으로 보내자. 그리고 그 비용을 늘려주겠다.


그런데 현장에서 위기감이 발생해요. 다소 급작스럽게 나오긴 했지만 내용을 들어보면 좋은 것 같은데 국민도 좋고 의료진도 좋고 나쁠 게 없을 것 같은데 왜 현장에서는 위기감을 느끼는지. 특히 '대학병원에 있는 교수들, 의료진들은 왜 위기감을 느껴?' 의문이 들죠. 오늘의 주제가 바로 그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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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돈이 문제"... 퇴출 위기의 필수 의료 과목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이제 이건 돈에 관련된 문제예요. 정부가 필수 의료 지원에 30조 원+@를 투입하겠다고 했죠.

한덕수ㅣ국무총리 (시정연설, 지난 11월 4일)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 개혁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향후 5년간 30조 원 이상을 투입하여 의료 개혁 과제를 차질 없이 뒷받침하고 지역 완결적 필수 의료 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그런데 (중환자실, 입원료 등 구조 전환) 수가에 반영되는 돈은 10조예요. 그 10조 원을 어디서 마련했느냐, 국민건강보험금이에요. 그러면 국민건강보험금을 10조를 올리냐? 아니죠. 내년 국민건강보험률은 동결됐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동결됐었죠. 2년 연속 동결된 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입니다. 그러니까 국민건강보험료를 더 올리지 않았는데 국민건강보험금에서 10조를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 사업에 써요.

Q. 추가금이 아니라 한정된 금액을요?

그렇죠. 그러면 10조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어? 나는 10조만큼 더 외면받겠네'라고 생각하고요. 그 10조에 쓰인 만큼 우리 것이 깎일 수도 있겠네 우려하는 거죠.

여기에 되게 어려운 문제가 있어요. 병원 경영진들한테 제일 중요한 건 뭐예요? 병원의 생존이에요. 2023년만 해도 세브란스병원은 거의 풀 베드로 돌아갔죠. 그렇게 놀지 않고 열심히 일해도 의료, 진료 수익을 따졌을 때 -0.5%. 어디가? 빅5에 속하는 세브란스병원이요.


인터넷 아무 데나 원가보전율을 치면 나와요. 55%에서 117%. 55%는 원가의 55%라는 거죠. 그럼 진료를 하면 할수록 손해죠. 여기에 소아청소년과 마찬가지고요. 그다음에 산부인과도 뭐 이렇겠죠. 외과계 산부인과가 가장 낮습니다. 고혈압과, 이런 수술 아무것도 없어. 내분비, 당뇨병이니까 갑상샘 질환 이런 거 다 봐. 그리고 정신과, 수술 안 하잖아요. 어떻게 될까요? 원가보전율도 낮은데.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겠습니까. 정신과 병동, 정신과 의료진 고용하고 싶겠습니까, 안 하고 싶겠습니까? 여러분들이 의료진을 뽑는 경영자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여기에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 사업의 지원을 받는 과를 먼저 뽑겠죠. 그리고 지원받지 않는 과는 안 뽑겠죠.

빅5 병원, 그리고 빅5 병원이 아닌 제 모교 병원장, 다른 병원장님에게도 여쭤봤습니다. 어떻게 하실 계획 있습니까? "이 구조대로 가야죠. 아니면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의료진은(과는) 신규 의료진을 채용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그러면 당장은 그분들이 퇴출당하지는 않겠지만 신규 의료진을 뽑지 않는다면 해당 과는 어떻게 될까요? 결과적으로 퇴출되겠죠. 그래서 지금 고혈압 보시는 분, 내과, 당뇨병 보시는 분, 그리고 정형외과 교수님들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현장에서는 바로 이렇게 나타나는 거예요. 재활의학과, 정신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중에서도 척추를 하자, 뇌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 있는 이런 분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퇴출 위기감을 느끼는 겁니다.

누가 더 중증일까? 누구를 먼저 살릴 것인가?... 결국 '수가'는 제로섬 게임

Q. 국민들이 생각하는 필수 의료와 지금 보건복지부가 얘기하는 필수 의료의 차이가 좀 큰 것 같아요. 중증도를 치료하는 과만 필수 의료라는 건가요?

그렇죠. 사실은 필수 의료의 정의가 되게 애매모호하고 아직 확정적이지는 않지만 고혈압 치료하는 의사, 당뇨병 치료하는 의사를 필수 의료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고혈압 1차 병원, 2차 병원에서 관리합니다. 그런데 대학병원 상급종합병원에 계시는 교수님들은 고혈압은 그렇게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단정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1차, 2차에서 볼 수 있는 고혈압 환자도 있지만 난치성 고혈압. 당뇨병도 난치성 당뇨병 있겠죠. 그런 분들이 반영이 안 되는 거예요.


물론 이걸 저는 정부를 보건복지부를 탓하는 게 아니에요. 지금도 뭐냐 하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중증 수가를 올려주는 체계가 지금 있습니다. A등급, B등급, C등급. 지금은 이걸 상대가치 점수 제도로 가는데, 기존에 상대가치 점수 A, B, C로 이루어진 대로 하면 누가 중증인지 응급인지 서로 다퉈요. "뭐야? 네가 중증이야? 웃기지 마. 내가 더 중증이야." 이게 합의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현장에서는. 키워드는 너무 좋으나 현장 의료진들의 이 합의 과정은 너무 어렵다.

환자도 똑같아요. 환자 입장에서는 예를 들면 이분은 간암 환자고, 저분은 콩팥병, 만성 신부전 환자예요. 그러면 "내가 더 중증이야. 무슨 소리야, 내가 더 중증이야." 상급종합병원 시범 사업에 결정되면 간암 환자는 간경변증 환자는 대학병원 가지만 만성 신부전 환자는 대학병원 못 가는 거잖아요. 어려워요.

그러니까 그거대로 하다가는 경증으로 B나 C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나 중증인데 그래도 지금까지 참아왔어." 그런데 정부가 이쪽을 더 올려준다고 해, 그러면 이 중간과 이 밑은 더 격차가 벌어지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여기에 소외돼 버리면 그 소외된 의료진만큼의 환자 피해는 너무나 고스란히 이어지겠죠.

그래서 7월 11일 보건복지부의 상급병원 구조 전환 시범 사업 브리핑에 어떤 말이 등장하냐면 이 수가 체계, 상대가치 체계 말고 새로운 방식으로 개선하겠다고 했어요. 정경실 단장이 궁극적으로 중증 환자 분류 체계를 단순히 상병 기준이 아닌, 상병 기준은 제가 말씀드린 A, B, C 그동안 했던 기준인데 이게 아니라 연령, 기저질환 등 환자 상태를 반영해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한 거예요. 의료계와 환자단체 그리고 정부가 모여서 막 논의한 끝에 발표했어요.

여기서 문제가 있어요. 우리 과거에 이런 상대가치 기준을 만들 때 어마어마한 진통이 있었는데, 그렇다면 이걸 개선해 나가는 건 어떨까요? 이것도 쉽지 않아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 사업은 이미 지금 시작됐지만 9월부터 모집하고 11월부터 적용을 해야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몇 개월 사이에 해버려야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거는 정부의 잘못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 어떤 사람이라도 이렇게 쉽게 모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성격이 아닌 거예요. 보건복지부가 그것까지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저는 아직 없었다고 생각해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재정 3년간 10조"... 3년 후에 사업비가 고갈된다면?

정경실ㅣ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 (지난 9월 27일)
구조 전환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연간 3조 3천억 원, 3년간 총 10조 원의 건강보험을 지원합니다. 이는 기존 2028년까지 10조 원 이상의 건강보험 지원과는 별개로 추가로 지원하는 금액입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 사업의 10조 원은 어디서 나왔느냐. 제가 아까 말씀드렸지만 국민건강보험금에서죠. 이번에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상급종합병원의 진료 건수와 수술 건수가 쭉 줄었죠. 그래서 예년에 비해 상급종합병원의 국민건강보험금의 청구액이 10조 원 정도가 줄었어요. 이 돈인 거예요.

그러니까 아주 정밀하게 계산해서 나온 건 아니에요. 이 예산이 처음 들어왔고, 이 예산이 그냥 어떤 장기적인 계획에 의해서 정밀하게 계획된 예산이 아니라 딱 상급종합병원에서 예년에 비해 청구 금액이 감소한 10조 원. 그러니까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당장 여유가 있는 10조 원이죠.


근데 이 지원 사업은 3년이죠. 그럼 3년 후에는 어떻게 되느냐. 3년 후에 사실 예측하기 어렵죠. 그 누구라도. 그러면 이 돈이 언제 고갈될지 모르죠. 아니면 남을 수도 있겠죠, 계속.

근데 고갈될 수도 있겠고 그다음에 다른 변수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그 부분에 대한 3년이 지난 후에 어떻게 될지 아직 정부는 얘기하지 않았죠. 사실 정부도 얘기할 수가 없겠죠. 실제로 이걸 현장에서 돌려봐야 아는 거니까. 몇 개월 돌려봐야 아는 거니까.

그런데 만약 이게 시나리오대로 안 된다면, 그래서 다시 되돌린다면 상급종합병원의 구조는 다시 어떻게 할 것인가. 커다란 문제 그런 부분들을 상급종합병원 병원장들은 걱정하고 있는 거예요.

또 하나가 뭐냐면, 상급종합병원에 수가 올려줘요. 근데 그다음에 그러면 소외를 받는, 이렇게 막 불만이 있으면 그다음에 어디를 올려줄까요? 고혈압 내과, 난치성 고혈압, 난치성 당뇨병 이런 분들을 그다음으로 올려줘야 될 것 같아요. 이건 저의 뇌피셜이에요.

근데 그분들을 올려주는 돈도 어디일까요? 지금 다른 돈 없죠. 국민건강보험금이죠. 그러면 1차 병원, 2차 병원은 어떻게 될까요? 수가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죠. 이거는 그러니까 국민건강보험금이라는 한정된, 거의 제로섬 게임이에요. 지금 수가는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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