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궤도에 위성 촘촘히 깔아… 버퍼링 없이 지구와 ‘링크’

구혁 기자 2024. 12. 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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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이스X ‘스타링크’ 원리는?
통신 지연율 획기적으로 낮춰
비상상황시 ‘백업 통신망’으로
위성간 레이저 통신으로 연결
지상 중계 없이도 데이터 전송
스타링크 1·2세대 4만2000대
전세계 이용자 400만명 돌파
천문학계 “빛반사로 관측 방해”
‘충돌’ 따른 우주쓰레기 문제도

지난 5일 정오에 가까운 시각, 현지시간으로는 오후 7시쯤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는 스타링크 위성 20기를 실은 팰컨9 로켓이 발사되고 있었다. 로켓은 위성 20기를 계획대로 궤도에 올린 뒤 복귀했다. 스타링크의 214번째 위성 배치였다.

스페이스X는 지난 스타십 시험발사 때 그랬듯 이번 발사 역시 X(옛 트위터) 등을 통해 생중계했다. 페어링(분리형 격납고)이 분리되고 팰컨9 로켓이 다시 돌아와 착륙하는 전 과정을 영상으로 시청하는 일이 이제는 익숙하지만 여전히 대단한 기술이다. 우주로 올라간 우주선에서 실시간으로 고화질 영상을 중계하는 일은 어떻게 가능했나? 우리는 어떻게 시험발사된 스타십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었나?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로 구축된 인터넷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지구 저궤도에 위성 4만2000대 발사=스타링크는 고도 530∼570㎞의 지구 저궤도에 촘촘한 위성망을 깔아 전 지구에 인터넷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한국의 경우 국토 면적이 넓지 않고 초고속 인터넷 구축이 상당히 양호해 수요가 크지 않으나 해외의 경우 상황이 다른 국가도 꽤 많다. 산간·도서 벽지에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비상 상황 시 백업 통신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전쟁을 겪은 우크라이나는 실제로 스타링크 서비스를 조기에 도입해 통신 음영을 해소하는 데 이용한 바 있다.

지구 저궤도는 평균 해수면으로부터 고도 160∼2000㎞의 궤도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로켓을 고고도에 올리기 위해선 발사체가 더 커져야 하고 위성의 고도가 높을수록 지상관측·통신 등 임무 장비의 성능 역시 고성능이 요구된다. 거리가 멀어지는 만큼 통신 지연도 길어진다. 따라서 낮은 궤도에 위성을 올리는 편이 더 간편하고 통신 속도면에서도 더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저궤도위성(250∼2000㎞)의 평균적인 통신 지연율이 10밀리초(㎳)인 데 비해 중궤도위성(2000∼3만6000㎞)은 100㎳, 정지궤도위성(3만6000㎞)은 240㎳의 평균 지연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궤도가 낮으면 통신 가능 범위는 줄어든다. 마치 손전등을 위에서 들고 비출 때 높이에 따라 빛의 밝기와 도달 범위가 달라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스타링크는 최대한 많은 소형 위성을 촘촘히 쏘아 올리는 것으로 이런 한계를 만회했다. 스타링크 위성은 1세대와 2세대로 구분되는데, 1세대 1만2000기는 이미 승인이 완료됐고 2세대 목표는 약 3만기에 달한다. 현재까지 7500기 이상을 발사했고 이 중 6800여 기가 궤도상에서 기능을 수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상 중계 없이 위성 간 레이저 통신=기존 위성통신에 주로 사용되던 정지궤도 위성은 고도 약 3만6000㎞에 배치된다. 이는 정지궤도의 특성 때문으로 정지궤도에 위치한 위성은 지구의 자전주기와 동일한 주기로 궤도를 돈다. 따라서 적은 수의 위성으로 특정 지역 상공에 상주하며 해당 지역만을 관측하거나 안정적인 통신망을 제공하기 위해선 정지궤도 위성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스타링크는 다량의 소형 위성을 저궤도에 올려 운영한다. 지상에서 봤을 때도 위성이 한자리에 멈춰 있을 수 없고 수천 대의 위성이 머리 위를 지나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위성이 통신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면 그 뒤 차례로 오는 위성에 신호를 ‘핸드오버’하는 방식으로 통신을 유지한다. 핸드오버란 서비스 중인 기지국 영역을 벗어나 인접 기지국으로 이동할 때 통화나 인터넷 연결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인접한 기지국으로 신호를 자동 동조하는 기술이다. 스타링크 위성들은 지상의 중계를 거치지 않고 위성 간 레이저 통신(ISL) 기술을 통해 핸드오버를 수행한다. 최신 버전의 스타링크 위성엔 3개의 통신용 레이저가 장착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가령 두 지역 간 데이터를 전송할 때, 지상 중계를 거치지 않고 인접 위성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함으로써 특정 중계국에서의 병목 없이 더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

스타링크는 2019년 5월 저궤도 위성 발사를 시작해 10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 중으로 지난 9월 사용자 400만 명을 돌파했다. 더불어 올해 초부턴 일부 위성에 ‘다이렉트투셀(Direct to Cell)’ 기능을 탑재해 쏘아 올리는 등 사업을 준비 중인데, 이는 저궤도 위성과 스마트폰을 직접 연결해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기존 스타링크는 전용 안테나가 필요했으나 다이렉트투셀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별도 안테나와 무선인터넷 액세스포인트(AP) 없이도 통신할 수 있다. 지상 안테나가 불필요하기 때문에 비용도 절감된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주쓰레기 우려도=이런 장점들을 가진 스타링크도 천문학자의 입장에선 일종의 재앙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지상에서 천체를 관측하며 특히 사진을 촬영할 때, 장노출 사진에 스타링크 위성이 지나가며 햇빛을 반사하는 현상이 모두 촬영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찍힌 스타링크 위성의 궤적은 별자리 사진에 흰색 줄을 그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천문학계의 거센 반발에 일론 머스크(사진)는 스타링크 위성에 차양막을 달거나 색을 코팅하는 등 빛 반사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주쓰레기 문제 등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

구혁 기자 gu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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