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쫓는 위탁생산 후발주자…인력 확보 전쟁 가열되나
CDMO 진출 기업 늘며 전문가 확보 치열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지난 2일 신임 대표로 제임스박 전 지씨셀 대표를 영입,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설립 2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는데, 공교롭게 전 대표와 새 대표 모두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이다.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뛰어들면서, 인력 확보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어느 분야보다 전문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업체 간 인력 쟁탈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제임스박 롯데바이오로직스 신임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인 독일 머크와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 등을 거쳐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글로벌영업센터장(부사장)을 지냈다. 그는 지난해 GC녹십자그룹의 지씨셀 대표로 이동했다가 1년 반 만에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옮겼다.
지난달 29일 사임한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전 대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이다. 그는 미국에서 카이런(현 노바티스 백신 부문)과 BMS에서 일하다가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에 합류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출범에 참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 후 DP(완제의약품) 사업부장을 맡았다. 이후 롯데지주에 영입돼 신성장2팀 팀장으로 CDMO사업 진출을 준비했으며 롯데바이오로직스 출범 초대 대표이사 사장으로 올랐다.
업계는 제임스박 대표가 롯데바이오로직스 새 수장을 맡으면서 조직 재편과 함께 이 분야 핵심 인력의 보강과 이동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아직 가시적인 사업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5월 BMS의 뉴욕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했으나, 현재까지 발표된 글로벌 제약사 의약품 위탁생산 수주 계약은 없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1년 4월 설립 이후 2년여 만인 2013년 7월 첫 위탁생산 수주 계약을 맺은 점과 비교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2022년 6월 설립돼 이미 2년을 지났다. 새 대표로선 글로벌 기업과 수주 계약을 맺는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업계는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보다 공격적인 전문가 영입과 영업 활동을 벌일 수 있다고 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수장 교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미 인력 이동을 두고 두 회사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2021년 8월 이원직 삼성바이로직스 사업부장이 롯데로 이직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들이 잇따라 자리를 옮겼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해 롯데지주,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직원들에 대해 형사 고발을 했다. 삼성 측은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관련 기술을 가져갔다고 주장한 반면, 롯데 측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6월 인천지법에 롯데로 이직한 직원들에 대해 영업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인천지검은 그해 10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다른 직원들에 대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그해 9월 법원은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영업 비밀 침해는 맞지만, 이직을 금지할 순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고해, 이르면 다음 달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업계는 비단 두 회사만 인력 쟁탈전을 벌이는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 두 회사와 함께 인천 송도에 본사를 둔 셀트리온도 최근 CDMO사업에 가세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기업에서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CRDMO는 CDMO에 연구까지 추가한 것이다. 서 회장은 “CRDMO 사업을 위해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인도 등 전 세계에 연구소를 만들고, 연구인력만 최대 600명을 새로 뽑을 계획”이라고 했다. 경쟁사의 인력 유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다른 회사도 인력 영입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계열사 에스티팜, SK그룹의 SK팜테코, GC녹십자그룹의 지씨셀,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차바이오텍 계열사 마티카바이오, 대웅제약 등이 CDMO 사업에 주력하고 있거나 신사업으로 공표하고 추진 중이다.
CDMO 후발주자들이 늘고 있는 이유는 세계적 인구 고령화 추세로 의약품 수요가 늘고 있어 CDMO 시장도 커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세계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 규모는 지난해 191억달러(약 27조원)에서 연평균 12.2%씩 성장해 2026년 270억달러(약 38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CDMO 시장 후발 주자는 무엇보다 전문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바이오 의약품 상업화가 늘면서 이 분야 전문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CDMO 후발 기업들이 가시적인 사업 성과를 내려면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미국 식품의약국(FDA) 실사를 최종 통과해본 경험이 있는 전문 인력, CDMO 사업 전반에서 역량을 갖춘 글로벌 사업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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