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군에 '제2의 박정훈'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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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친위 쿠데타나 다름없는 비상계엄에 동원됐던 군 지휘관들이 줄줄이 등을 돌리며 양심선언했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고교 후배이자 이번 사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의 경우는 결이 조금 다르다.
30년 넘게 군 생활을 한 고위 장교가 별다른 의심 없이 그저 명령을 따랐다는 것은 무지 아니면 비겁한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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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총장, 특전‧수방사령관도 계엄 직전에야 통보 주장…적극적 항명 못 해
방첩사령관은 "맞고 틀리고 떠나 명령 따라야"…고위 장교로서 무지 또는 비겁
'이유있는 항명'도 불온시, 전 해병수사단장 사건 여파…군인은 '험난한 정의의 길'
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친위 쿠데타나 다름없는 비상계엄에 동원됐던 군 지휘관들이 줄줄이 등을 돌리며 양심선언했다.
이름만으로도 참담한 내란죄 혐의를 덮어쓰게 된 이들의 표정에는 깊은 후회와 배신감이 묻어났다. 수사 결과가 말해주겠지만 윤 대통령의 정치적 오판에 이용 당한 정황이 크다.
얼떨결에 계엄사령관이 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의 긴급담화를 보고서야 비상계엄 사실을 알았고 계엄사령관 임명은 그 뒤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계엄 포고문도 이미 만들어진 것에 서명만 했을 뿐이고 명령은 하달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했다. 급하게 상황실을 완성할 쯤에는 계엄이 이미 해제된 뒤였다.
판사 출신 추미애 의원이 "병력 이동은 굉장히 위험한 것이다. 내란죄가 성립하는 것"이라며 허수아비 역할을 한 것이 딱하다는 듯 말했을 정도다.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출동 병력을 지휘한 특수전사령관과 수도방위사령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곽종근 특전사령관은 6일 대통령 긴급담화 20분 전에 부대 대기 명령을 받긴 했지만 비상계엄 사실은 언론 보도로 최초 인지했다고 했다.
그는 "돌이켜 보면 당시 지시를 거부하는 것이 옳았다"면서도 "당시 판단은 군인 입장에서 수명(명령을 따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회의사당 안까지 들어가 국회의원들을 강제로 끌어내라는 지시는 항명이 될 줄 알면서도 따르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진우 수방사령관 역시 윤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서야 계엄 사실을 알았고 작전 지시도 그리 구체적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그래도 "이상한 느낌, 우려되는 느낌"이 있었다면서, 때문에 장갑차 동원을 배제하고 탄약도 공포탄을 들고 갔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변호했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고교 후배이자 이번 사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의 경우는 결이 조금 다르다.
그는 7일 긴박한 상황에서 명령이 부당한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맞고 틀리고를 떠나 위기 상황에 군인들은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강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방첩사가 이번 사태에 처음부터 깊이 관여했을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문제가 있는 발언이다.
군인은 명령에 살고 죽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명령의 위법성과 부당성을 가려내는 능력이 더 요구될 수밖에 없다. 설령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면 명령권자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게 참된 군인의 용기다.
더구나 작전 목표는 다른 곳도 아닌 국회와 중앙선관위였다. 30년 넘게 군 생활을 한 고위 장교가 별다른 의심 없이 그저 명령을 따랐다는 것은 무지 아니면 비겁한 변명이다.
물론 실제 상황에서 "불응하면 항명'이라 위협하는 상관의 명을 거역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적에게는 공포를, 국민께는 무한 신뢰'가 사명인 군인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윤 대통령의 '격노'가 원인이 됐다고 주장하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 사건도 어쩌면 이번 사태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있는지 모른다.
군에는 대놓고 말을 못할 뿐 박 전 단장을 동정하는 여론이 많다. 이유 있는 항명마저 불온시하고 무조건 복종을 강요한다고 해서 강한 군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김 전 장관도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육사 생도 신조)이라는 정답은 알고 있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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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en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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