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공수처, ‘내란 수사 주도권’ 다툼…혼선 조정 컨트롤타워도 없다

정혜민 기자 2024. 12. 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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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경쟁적으로 12·3 내란사태 수사에 뛰어들면서 극도의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건처럼 각 기관이 수사 주도권을 다투고 대통령실의 조정이 불가한 상황이라면, 결국 법령에 따를 수밖에 없다. 공수처가 이첩을 요청하면 검찰과 경찰은 사건을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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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수사 관련 브리핑을 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경쟁적으로 12·3 내란사태 수사에 뛰어들면서 극도의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피의자로 입건되고 부처 장관들도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를 공모한 것으로 지목되면서 혼선을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없는 ‘무정부 상태’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를 하루 앞둔 지난 6일 검찰은 박세현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같은 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단도 전담수사팀을 띄웠고, 검경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출국금지했다. 8일에는 검찰이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했고 경찰이 김 전 장관의 공관과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경의 각개약진식 중복수사 모양새였다. 검찰은 6일 경찰에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제안했지만 경찰은 이를 거절했다. 경찰은 “법령상 내란죄는 경찰의 수사 관할인 만큼, 경찰에서 책임감 있게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직접 수사가 가능한 직권남용 혐의를 계기로 관련 사건인 내란죄 수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박세현 특수본부장은 8일 브리핑에서 “이 사안에서 내란과 직권남용의 관련성이 없다고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국민께서 쉽게 판단할 거라 생각한다”며 “(직권남용과 내란) 두가지 혐의 모두 수사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란 사건에 군이 연루돼 있는 만큼 군검찰과 합동수사 체계를 갖춘 검찰의 수사가 효율적이라는 게 특수본의 설명이다.

이날 오후엔 공수처가 검찰과 경찰에 ‘비상계엄 선포’ 사건 이첩을 요청했다. 공수처는 “6일 피의자 김용현 등에 대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으나 법원은 직권남용과 내란죄에 대해 공수처에 수사권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검경이) 동일 또는 유사한 내용의 영장 중복 청구’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며 “공수처장은 중복수사 우려를 해소하고 수사의 신속성, 공정성 확보 등을 위해 (검경에) 이첩요청권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가 이첩 요구의 근거로 삼은 공수처법 24조는 수사가 중복될 경우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현행 법령상 공수처가 요청한 이상 사건 이첩이 불가피하지만 공수처가 주요 수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나온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건처럼 각 기관이 수사 주도권을 다투고 대통령실의 조정이 불가한 상황이라면, 결국 법령에 따를 수밖에 없다. 공수처가 이첩을 요청하면 검찰과 경찰은 사건을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첩요구권 조항에 따르면 공수처가 사건을 수사하는 게 맞지만, 공수처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김 전 장관이 검찰에 긴급체포돼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상황인데, 검찰에서 공수처로 사건을 송치할 경우 체포·구속 기간에 대한 해석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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