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투표 불참’ 당론 확정한 與, 3명은 이탈해 표결 참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은 7일 오후 5시 45분쯤 국회 본회의에서 상정됐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앞서 상정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의결 표결을 부결시킨 뒤,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떠났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20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된다. 108석의 국민의힘이 ‘이탈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투표 불참으로 부결’ 방침을 정한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 정문이 아닌 옆문을 통해 퇴장했고 일부는 취재진 카메라를 피해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은 동참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야당 보좌진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가로막아 대치가 벌어지기도 했다. 여당에서는 탄핵에 찬성 투표하겠다고 한 안철수 의원만이 남아 자리를 지켰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안철수 파이팅”을 외쳤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탄핵안 제안 설명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책무를 지닌 대통령이 스스로 헌법을 파괴하고 헌정 질서를 유린하는 폭거를 자행했다”며 “탄핵 소추안에 찬성 의결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대한민국에 국민 주권이 확고하게 살아있음을 입증해주시길 간곡하게 호소드린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자리를 뜬 국민의힘 의원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한 명씩 호명하며 “이 자리에 빨리 돌아와 달라”고 했다. 야당 의원 대다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박 원내대표의 호명에 맞춰 여당 의원 이름을 복창했다. 박 원내대표가 안철수 의원을 실수로 호명하자 야당 의원들이 “안 의원은 여기 있다”고 정정해주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어 탄핵 소추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가 진행됐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 김상욱 의원이 돌아와 투표에 참여하고 나가자, 민주당 의원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윤 대통령이 하야 시점을 정확히 밝히지 않으면 탄핵 소추안에 찬성하겠다고 밝혀온 안철수 의원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상욱 의원은 회의장 밖으로 나와 ‘탄핵 반대에 투표했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자격 없다고 생각하지만 당론에 따라 이번 탄핵안에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은 의결 정족수인 200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투표 불성립’으로 처리돼, 개표 없이 자동 폐기된다.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자, 우원식 의장은 투표 종료 선언을 하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이 의원총회를 연 회의장을 찾아갔고, 문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고성을 지르며 싸웠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투표를 강요하고 있다”며 “자유투표 의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비겁한 행동 하지 말라”며 국민의힘을 비난했다. 오후 9시 20분이 되자 우 의장은 투표 종료를 선언했다. 투표한 인원은 300명 중 195명(야권 192명+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로텐더홀로 나가 국민의힘 규탄 집회를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내란 수괴 윤석열에 대한 탄핵 소추를 즉각 재추진하겠다”며 “내란 사태를 하루빨리 종식시키고,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전체 의원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표결 불참에 대해 “8년 전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남긴 건 대한민국의 극심한 분열과 혼란이었다”며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국정 마비와 헌정 중단의 비극을 되풀이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큰 충격과 불안을 겪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모든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상응하는 법적 조치가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민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 드렸다”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며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다”고 했다.
전날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 담화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정상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대통령의 조기 퇴진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즉각 탄핵 소추’에서 ‘조기 퇴진’으로, 한 대표의 입장이 미묘하게 바뀌었다는 관측이 나왔고 이는 결국 이날 탄핵 부결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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