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경제를 걱정하는 외부의 시선, 심상치 않다

조선일보 2024. 12. 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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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사태 후 정부 경제부처들이 연일 대책회의를 갖고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외국 투자기관들에서 잇달아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를 내놓는 등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경제부총리, 김병환 금융위원장. /뉴스1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가 “탄핵 실패로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경제 펀더멘털이 약한 상황에서 정치 불안까지 겹쳐 원화의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경고하는 등 외국 투자기관들이 비상계엄 후폭풍에 대한 경고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무디스는 “계엄 사태 후폭풍이 길어지면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옳다는 걸 윤석열 대통령이 보여줬다”면서 “대통령의 이기적 계엄령 사태에 대한 대가는 5100만명 국민들이 분담해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치 불안이 한국의 대외 신인도를 갉아먹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표 자체는 아직 걱정할 수준이 아니지만,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외부 전망의 부정적으로 고착되면 그 자체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국이 정치 위험 국가로 분류되면 한국 금융회사들의 달러 조달이 어려워지고, 수출 수주 활동도 타격을 입는다. 사태 후 경제 관련 부처들이 ‘경제금융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연일 금융·외환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하며 시장 안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 노력 덕에 아직은 금융·외환 시장에서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사흘간 증시 시총이 58조원 증발하고, 외환보유액 4000억달러 선이 위협받는 등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극심한 내수 침체와 수출의 성장세 둔화가 겹쳐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불확실성은 시장 경제의 최대 리스크 중 하나이다. 경제 기초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정치 불안이 심화될 경우 국내외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소비 심리도 위축된다. 금융 불안과 실물경제 침체가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 경제가 급격히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취약 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정치 불안이 경제와 민생까지 집어삼키게 놔둘 순 없다. 정치권은 이번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제거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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