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테를 한방에 KO' 이탈리아 태권도 대부 박영길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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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태권도의 '대부'로 불린 박영길 이탈리아태권도협회(FITA) 종신 명예회장이 7일(현지시간) 오후 7시20분께 로마의 한 병원에서 급성폐렴으로 별세했다.
당시 이탈리아에서 태권도는 생소한 무예였다.
치토 회장은 이날 FITA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당신의 가르침과 열정, 그리고 미소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며 당신이 우리에게 가르쳐줬고 우리에게 준 가장 소중한 선물인 태권도도 함께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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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태권도의 '대부'로 불린 박영길 이탈리아태권도협회(FITA) 종신 명예회장이 7일(현지시간) 오후 7시20분께 로마의 한 병원에서 급성폐렴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박 회장은 태권도 해외 보급의 초창기인 1967년 스물여섯 살의 나이로 이탈리아에 건너가 60년 가까이 이탈리아에서 생활하며 태권도 보급과 발전에 평생을 바쳤다.
당시 이탈리아에서 태권도는 생소한 무예였다. 먼저 자리잡은 일본 무술 가라테의 텃세도 심했다. 그 와중에 태권도의 이미지를 단박에 바꿔놓는 사건이 있었다.
태권도를 내쫓으려던 가라테 사범이 건장한 제자들을 데리고 와 결투를 신청했고, 이를 받아들인 박 회장이 장신의 가라테 수련생을 돌려차기 한 방으로 때려눕혀 버린 것이다.
이 사건이 나폴리 일대에 소문이 나면서 그는 '칸구로'(canguro·이탈리아어로 캥거루), '나폴리의 이소룡'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그의 도장엔 초기부터 문하생으로 붐볐다.
태권도 보급도 탄력을 받았다. 최남단 시칠리아섬부터 북부 토리노, 볼차노, 산마리노 공국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반도 전역에 그의 손으로 개원한 도장만 해도 수백 곳을 헤아린다.
현재 이탈리아올림픽위원회(CONI)에 정식 등록된 FITA도 박 회장이 '산파' 역할을 했다.
태권도는 1988년 서울올림픽 시범종목에 이어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며 비상을 위한 날개를 달았다. 박 회장이 길러낸 제자 중 상당수는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적인 태권도 선수, 지도자로 성장했다.
현재 태권도협회를 이끄는 안젤로 치토 FITA 회장도 박 회장의 제자다.
치토 회장은 2016년 취임과 동시에 2선으로 물러난 박 회장에게 종신 명예회장의 칭호를 부여했다. 태권도 보급과 발전에 기여한 '마에스트로'에 대한 최고의 예우였다.
박 회장은 "태권도는 삶의 예술이며,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무도"라는 말을 자주 했다. 단순히 승리를 위한 무술이 아니라 인격 수양의 도구로 삼으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철학은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고인은 여든이 넘는 나이에도 태권도 보급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북부 트리에스테를 방문해 태권도 교습을 열다가 피로 누적으로 감기에 걸렸고, 최근 병세가 악화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고인은 오랜 기간 재이탈리아 한인회장을 맡았고, 1994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간 한글학교 초대 교장을 지내는 등 단순히 무도인의 역할을 넘어 한인 사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치토 회장은 이날 FITA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당신의 가르침과 열정, 그리고 미소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며 당신이 우리에게 가르쳐줬고 우리에게 준 가장 소중한 선물인 태권도도 함께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랑하는 스승님, 당신은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며 태권도를 전파하는 당신의 사명은 하늘나라에 가서도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유족은 부인 박창성 여사와 이태(이탈리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씨와 이정씨 등 1남 1녀가 있다.
장례식은 오는 11일 오전 11시 로마의 산 파올로 엔트로 레 마루 교회에서 열린다. 장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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