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민심 팽개치고... 한동훈-한덕수 위임 체제 '위헌' 논란

박준규 2024. 12. 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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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한동훈 "尹, 국정 관여 안 할 것"
"'사고 상태' 아냐... 총리가 대행 어렵다"
"당대표는 권한대행 법적 근거조차 없어"
국회의장도 "매우 오만한 일" 강력 비판
위헌 무관하게 "제2의 내란사태" 주장도
與는 옹호... "현 상황 충분히 대행 가능"
한덕수(왼쪽)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 관련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윤석열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박탈하는 정치적 '사망 선고'를 내렸다.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공언한 셈이다. 여권 입장에서 '탄핵'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려 윤 대통령을 일단 뒤로 물린 것이다. 전날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제 임기를 포함해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한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탄핵안이 통과된 것도 아니고, 윤 대통령 신변에 중대한 이상이 발생한 긴급사태도 아닌데 총리와 여당 대표가 자의적으로 대통령 역할을 대신하겠다고 나서는 건 '위헌'이라는 것이다. 탄핵을 요구한 민심과 동떨어진 위기 수습방안에 오히려 역풍을 맞으면서 탄핵 정국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 총리와 한 대표의 해법은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 △그전까지 당정이 국정운영 △외교 포함 윤 대통령의 국정 관여 차단 △주1회 이상 총리-대표 정례회동으로 요약된다. 윤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됐을 때 권한을 대행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헌법에 어긋날 소지가 적지 않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71조)만 가능하다. 현재 상황과는 다르다. 그런데도 한 총리와 한 대표는 자신들이 국정운영을 전담할 테니 윤 대통령은 '도장'만 찍으라는 식이다.

법조계는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파면이나 사망 등으로 인한 대통령 '궐위' 상황이 아니고, 윤 대통령이 탄핵안 폐기로 인해 일단 직을 유지하는 만큼 '사고'로 규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행정법 전문가)는 "대통령의 지위를 고려하면 '지금은 사고 상태'라고 규정한다고 곧장 그게 정답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행정권한의 위임·위탁에 관한 규정 또한 지금과 같은 경우를 권한 위임의 조건으로 삼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 총리가 적법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될 수 있는지도 논란이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기에 앞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만큼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한 대표가 대통령 권한과 연관된 국정운영에 관여하는 건 문제가 더 심각하다. 윤 대통령이 전날 담화에서 "당에 일임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여당에 권한을 이양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근거가 전무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 대표에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직무 배제할 권한이 있느냐"라고 직격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우 의장은 "탄핵소추안 가결 등으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여당이 공동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공동 담화 발표 등을 통해 위헌적 행위가 마치 정당한 일인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는 것은 매우 오만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 전공)는 통화에서 "한 총리와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바지사장'으로 두고 국정을 운영한다면 향후 벌어질 행정 행위들이 모두 위헌 소지가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위헌 무관하게 있을 수 없는 일"... "문제없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대국민 담화 발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한 대표와 한 총리의 국정운영 선언 자체가 "2차 내란 행위"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당 대표인 한동훈 대표와 국정 경험이 전무한 것도 아닌 국무총리가 이런 해괴한 일을 공식 발표할 수 있는지 어처구니가 없다"며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네가 뭔데'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또 다른 쿠테타"라고 일갈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권한대행 선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국정 관여' 지적에 대해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고 총리에게 전권을 맡기라는 것"이라며 "당대표는 국정에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책임을 총리에게 떠넘긴 것으로 비칠 만한 대목이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은 이상 총리 주도로 국정을 조속히 안정시키고 그 과정에서 당정 협의는 얼마든지 헌법상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낸 김현 변호사도 "현재 상황은 사실상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고'로 봐야 한다"며 "총리는 대행으로서 국정을 운영하고 한 대표는 당에서 협조하는 전개로 가는 게 맞지 않겠나 싶다"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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