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신 하겠다는 韓·韓, 野는 “2차 내란‧위헌 통치” 반발
“명백 위헌” 학계도 野 지원사격…韓, 논란에 “대표, 국정 권한 행사 불가” 물러서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소추안 폐기에 따른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이에 당정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투톱으로서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내세워 국정 수습책 마련과 정국 주도권 사수에 나섰다. 반면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은 당정의 행위가 "명백한 위헌"이라며 '즉각적인 대통령 탄핵' 방침을 내세웠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될수록 양측의 '주도권 전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표와 한 총리는 8일 오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당정이 함께 위기 상황을 타개하겠다고 공언했다. 한 대표는 이날 담화문에서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할 수 없으므로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 판단"이라며 "질서 있는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도 "국민의 뜻을 최우선에 두고 여당과 함께 지혜를 모아 모든 국가 기능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윤 대통령이 퇴진 전 어떤 상황에서도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관련해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 로드맵'을 당내 논의를 거쳐, 야권에서 예고한 '2차 대통령 탄핵안' 표결(14일) 전까지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한 대표는 오는 9일 오후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에 오르는 일부 당 의원들을 소집해 해당 내용도 같이 논의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또 한 대표와 한 총리는 주 1회 이상 회동을 정례화해 경제, 외교, 국방 등 국정 현안을 논의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여기에 한 총리는 당정 공세에 집중하고 있는 야당을 향해 "비상시에도 국정이 운영되려면 정부 예산안과 부수 법안들의 통과가 필요하다"며 정부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결국 대통령 조기퇴진 정국에서 야권에 정국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뜨거워지는 '대통령 권한 이양' 위헌 논쟁
이에 야권에선 당정의 투톱 수장이 대통령 권한을 마음대로 '나눠 갖기' 하고 있다며 '2차 내란'이자 '위헌'이라고 반발하는 모습이다. 이들이 말한 위헌 소지의 배경은 '헌법상 대통령은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포괄적으로 총리나 여당 대표에게 이양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결국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대통령 행세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유고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 권한을 2선으로 후퇴시키고, 대통령 권한을 나눠서 같이 행사하는 해괴망측한 공식 발표를 어떻게 할 수 있나"라며 "여당 대표와 총리가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중이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작심 비판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도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한 대표가 합의한다고 해도 위헌 통치는 1분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그 누구도 부여한 바 없는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여당이 공동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보수계열로 분류되는 개혁신당의 천하람 원내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총리와 여당 대표가 헌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고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이야말로 '헌정 중단'이고 '국정 농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해 학계에서도 야권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모습이다. 정치학자 573명은 이날 시국선언을 발표해, 대통령 탄핵 대신 한 대표와 한 총리가 국정을 관리하는 방안을 두고 "대통령의 2선 후퇴는 눈속임"이라며 "대통령 아닌 다른 자가 대통령의 국정을 대신 하는 것은 불법이며 국정농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여권에선 '위헌'이 아니라며 반박에 나섰다. 국민의힘 법률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진우 의원은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은 이상 총리 주도로 국정을 조속히 안정시키고 그 과정에서 당정협의는 얼마든지 헌법상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탄핵이 되면 총리는 현상유지만 가능하므로 국정 운영이 사실상 바로 멈추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당 쟁점이 논란이 되자 한동훈 대표도 한 발 물러난 모습이다. 그는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가) 총리와 함께 국정을 운영한다는 건 좀 어폐가 있다. 당대표가 국정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며 "총리가 국정운영을 직접 챙기고, 당정의 긴밀한 협의는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野 "尹 조기 퇴진도 불가"…즉각 탄핵 추진 방침 고수
야권은 국민의힘이 언급한 '조기 퇴진'에 반대하며 '탄핵 추진'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 직무 정지만이 유일하게 헌법에 정해진 절차라는 이유에서다. 관련해 민주당은 오는 11일 탄핵안을 재발의하고 이후 14일에 재표결을 시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향후에도 임시회 회기를 일주일 단위로 끊어가며 탄핵안을 매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일사부재' 원칙에 따라 동일한 법안을 같은 회기 내에 발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도 윤 대통령의 '탄핵'만이 헌법을 수호할 유일한 길이라며 시국선언에 나서는 모습이다. 헌법‧행정법 학자 131명은 7일 성명을 통해 이번 계엄은 '위헌'이라고 설명하며, 대통령 탄핵 소추의 시급성과 절박성도 함께 강조했다. 이들은 "일단 탄핵소추를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켜 또 다른 돌발행위의 위험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중대한 헌정위기를 초래한 윤 대통령을 탄핵소추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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