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윤 탄핵 ‘3중 봉쇄’…부결 당론·집단퇴장·사실상 감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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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저녁 국회는 ‘12·3 내란사태’의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놓고 사실상 내전을 치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탄핵안 표결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 간에 고성이 오갔을 뿐 아니라, 여야 보좌진과 당직자들까지 몸싸움을 벌이며 ‘국회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할 정도의 살풍경을 연출했다.
이날 오후 5시에 시작한 본회의는 출발부터 날 선 긴장이 감돌았다. 국민의힘이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되는 김건희 특검법은 부결시키고, 재적 의원 3분의 2 찬성이 의결정족수인 윤 대통령 탄핵안은 본회의장 퇴장으로 투표 자체를 불성립시키자는 작전을 썼기 때문이다. 탄핵안 부결이 국민의힘 당론이었지만, 익명이 보장되는 무기명 투표인 터라 표결에 참여할 경우 ‘반란표’가 나올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이런 탓에 김건희 특검법 표결을 마친 직후 여당 의원들이 줄지어 회의장을 나서기 시작하자 야당에선 격분한 고성이 쏟아졌다. “내란 동조예요!” “계엄군 왔을 때 어디서 뭘 하고 있었습니까!” “의원님들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표결에 참석해 민주주의를 지켜주십시오.” 여당 의원들을 향한 읍소와 비난이 뒤엉켰다.
다만 “윤 대통령의 퇴진 일정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탄핵 찬성 의사를 비친 안철수 의원은 텅 빈 여당 의원석에 홀로 앉아 자리를 지키다 가장 먼저 투표했다. 김예지·김상욱 의원은 ‘회군’했다. 이들이 본회의장으로 돌아오자 야당에선 박수갈채와 ‘고맙다’는 환호가 쏟아졌다.
야당은 투표 지연 전략을 쓰며 혹시 모를 추가 회군파를 기다렸다. 탄핵안 제안 설명에 나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당 의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어서 돌아오시라”고 호소했다. 그가 선창하는 동안 야당 의원들도 전원 기립해 이름을 복창했다. 국회 밖 여의도 거리를 채우고 있는 시민들도 박 원내대표의 선창을 따라 이들의 이름을 함께 외쳤다.
본회의장 한 층 아래 본관 246호에 모인 여당은 문을 걸어 잠근 채 침묵을 유지했다. 회의장에 모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티브이(TV)를 통해 본회의장 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야당에선 ‘표결에는 참여하겠다’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지도부가 ‘감금’하다시피 막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야당 원내대표단이 여당 의원총회장을 찾아 항의하는 과정에서 일촉즉발의 갈등을 빚기도 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 등이 의총장 앞에서 “투표해”를 외치자, 여당 보좌진들이 “국회의원이면 다야?”, “그렇게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 만들고 싶습니까”라고 막말한 까닭이다. 다만 여야 모두 상대에게 빌미를 주면 안 된다는 판단 아래 물리적 충돌은 자제한 채 등을 돌렸다.
저녁 8시50분,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밤 9시20분을 마지노선으로 통보했다. 그러나 밤 9시20분에 이를 때까지 여당의 추가 이탈은 없었다. 결국 야당 192명을 비롯한 재석 의원(195명)이 의결 정족수(200명)에서 5명 모자라 투표는 불성립 수순을 밟았다. 국회 앞 100만 촛불이 간절하게 ‘윤석열은 퇴진하라’를 외쳤으나, 여당의 꼼수로 국회의 압도적 다수가 투표한 탄핵안 투표함은 열어보지도 못한 채 폐기됐다.
이날 윤 대통령 탄핵안이 최종 폐기된 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늦은 시간까지 관심 가지고 지켜보셨을 텐데, 저희들이 부족해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지 못한 점에 대해서 사과드린다. 반드시 내란 행위, 군사반란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고, 이 나라의 모든 고난을 이겨낼 것이며 대한민국 최악의 리스크가 돼 있는 윤석열씨를 반드시 탄핵하겠다”고 말했다.
엄지원 신민정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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