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 계엄령 전달, 나도 용기냈다"…응원봉 든 MZ, 여의도로 우르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 10대와 20대 시민들이 다수 참가했다. 이들은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탄핵 촉구 구호를 외치는가 하면 연단에 올라 좋아하는 뮤지컬 대사를 외치기도 했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8일 오후3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촛불 집회를 진행했다. 국회의사당 정문 앞 의사당대로에는 대형 스크린과 연단이 설치됐다. 시민들은 여의도 공원 방향 의사당대로에 앉아 집회에 참여했다.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연단에 올라 "촛불집회에서 10대와 20대가 가장 먼저 촛불을 드는 것을 봤다"며 "지금은 춤과 노래로 승리하는 싸움"이라고 했다.
이어 "크게 춤추고 노래 부르며 신나게 이겨 보자"며 "10대와 20대 여러분이 앞장서고 모든 지역 모든 세대가 들어 일어나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했다.
대형 스크린에는 아이유·여자친구·비투비·샤이니·엔시티·여자 아이들·엔믹스·뉴진스·인피니트의 팬클럽 응원봉 사진이 소개됐다.
아이돌 그룹 명이 호명될 때마다 해당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참여한 팬들이 환호했다.
자신을 '윤석열 나이로 21살'이라고 소개한 대학생 A씨는 "따뜻한 집에 있을 수 있지만 결과에 편승하고 싶지 않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집회에 참석했다"며 "몰랐다는 그들의 말에 속지 말자. 우리나라가 깨어있고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경기 파주에서 왔다는 고등학교 3학년생 석모양은 아이돌그룹 몬스타엑스 응원봉을 손에 들고 연단에 올랐다. 석양은 "몬스타엑스 멤버가 라디오 방송 중에 계엄령을 전달한 최초의 아이돌"이라며 "제 가수가 이런 용기를 냈기 때문에 저도 용기 내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수능 정책이 연이어 변했고 킬러문항(관련 발언으로) 저 같은 입시생은 불안에 떨었다"며 "학생처럼 투표할 무기가 없는 사람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봤다. 청소년들이 불안에 떠는 상황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여학생 B양은 "뮤지컬과 연극을 좋아하는 평범한 19살 학생"이라며 "후회하고 싶지 않아 1달 전 예약한 티켓 마저 놓고 이 자리에 왔다"고 했다. B양과 함께 연단에 오른 C양은 "수능 끝나고 약속을 전부 국회로 바꿔 버린 고3"이라며 "뮤지컬을 좋아하는데 놀지도 못하고 있다. 국회가 아닌 대학로에서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정말 사랑하는 뮤지컬 대사 중에 '세상이 어두울수록 희망을 더 밝히리, 꿈을 빼앗기지 않으리'라는 구절 있다"며 "독재정권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배우 현서영씨가 연단에 올라 '정국수습은 국민이 한다'는 제목의 '격문'을 읽기도 했다. 현씨는 "내란 당일 고요한 밤을 깨트리며 국민에게 총구를 겨눴다"며 집회 참가자들과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구호를 제창했다.
사회를 맡은 김지선 촛불행동 공동대표가 "다음주 시험인 학생분 있냐"고 묻자 일부 집회 참여자가 호응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 참여자를 대상으로 커피와 토스트, 귤 등을 '무료나눔'하는 시민들의 온정도 이어졌다. 남편과 함께 '귤나눔'을 진행한 구모씨(40)는 "X(옛 트위터)에서 커피 선결제해 나누는 문화를 보고 저도 나누고 싶어서 나왔다"며 "8만6000원을 주고 귤 30㎏를 샀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하는 게임에서 이기면 귤을 나눠주는데 오늘 그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모인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지난 6일부터 국회의사당 근처 카페에는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위해 '음료를 선결제해 놓겠다'는 주문이 다수 들어왔다. SNS(소셜미디어)에는 '선결제 주문하려고 국회 근처 거의 모든 카페에 연락했는데 이미 포화상태라고 거절됐다. 시민들이 따뜻하다' 같은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집회 참여자가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는 '선결제'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페이지가 공유되기도 했다. 해당 페이지에는 집회 장소 근처의 카페와 식당 편의점 등에서 누군가 선결제한 커피, 토스트, 떡과 핫팩, 에너지바, 뼈해장국 등의 실시간 수량 정보가 나와 있다.
한 집회 참여자는 해당 페이지에 대해 "아직 훈훈한 인심이 남아 있다"며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박진호 기자 zzino@mt.co.kr 송정현 기자 junghyun7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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