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소신 투표’ 안철수·김예지·김상욱

국회의원은 저마다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헌법 제46조 2항이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한 대로 국민 대표자로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만은 않다. 정치 결사체인 정당은 번번이, 특히 중요한 표결을 앞두고 당론을 정해 따를 것을 요구한다. 의원이 당론을 거스르고 소신을 지키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당 지도부 눈 밖에 나고, 차기 공천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지난 7일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195명이 참여했다. 재적 의원 300명의 3분의 2를 넘지 못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탄핵안은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한 채 자동폐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론으로 윤석열의 탄핵안 표결에 집단 불참했고,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 3명만이 표결에 참여했다.
안 의원은 오후 5시45분 탄핵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때 여당 의원으로선 유일하게 의석에 앉아 있다, 예고한 대로 ‘찬성 표결’을 했다. 안 의원은 “헌법기관으로서 임무와 소신에 따라 투표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이 시작되자 본회의장 밖 별도 공간에 모였다. 명목은 의원총회였지만, 서로 표결하지 못하도록 하는 ‘집단 감시’와 다름없었다.
오후 6시20분쯤 김예지 의원이 본회의장으로 복귀해 투표했다. 의원총회에서 “저는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 가결하겠다”고 밝힌 뒤 표결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30분 뒤 김상욱 의원이 표결했다. 그는 “(표결 참여는) 국회의원의 역할이라고 믿었다. 오기가 쉽지 않았다”며 울먹였다. ‘당론에 따라’ 반대 표결했다는데, 그 발걸음조차 당 눈치 보느라 힘겨웠다니 참담하다. 긴 고뇌와 양심과 용기의 발로가 그 눈물 아니었을까.
헌법 제8조에 따르면 정당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해선 안 된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위헌·위법적 내란 행위인데, 국민의힘은 탄핵안 표결 불참으로 그에 동조하고 면죄부 준 꼴이 됐다. 탄핵안 표결 종료 후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의원총회장을 빠져나왔다. 얄팍한 당리당략을 위해 국민 뜻을 거역했으니, 국민 볼 면목이 없었을 것이다. 2차 탄핵안 표결에선 국민의 명령에 부응하기 바란다.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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