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틀째 국회 뒤덮은 '분노의 촛불'… "처단"에 뿔난 의사들도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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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탄핵일 줄 알고 어제 집회엔 안 나왔는데, 여당이 국민을 우롱하는 모습을 보니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8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 집회 현장에서 만난 성신여대 재학생 A(21)씨는 허탈함을 숨기지 못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남편과 함께 집회 현장을 방문한 권진숙(45)씨도 "어제 본회의장에 안철수 의원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씁쓸했다"며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으니 시간이 될 때마다 나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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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의대 교수도 서울서 집회
"당연히 탄핵일 줄 알고 어제 집회엔 안 나왔는데, 여당이 국민을 우롱하는 모습을 보니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8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 집회 현장에서 만난 성신여대 재학생 A(21)씨는 허탈함을 숨기지 못했다. 전날 본회의에 상정됐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단체 퇴장 탓에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자동 폐기됐기 때문이다. A씨는 "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들은 국민을 저버린 것"이라며 "앞으로도 시간이 될 때마다 나오겠다"고 약속했다.
여의도가 이틀째 '내란 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이란 손팻말을 든 시민들의 분노로 뒤덮였다.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전날 밤 집회에 주최 측(민주노총·촛불행동) 추산 약 100만 명(비공식 경찰 추산 13만1,000명)이 참석한 데 이어 이날도 오후 5시 기준 주최 측(촛불행동) 추산 약 10만 명(비공식 경찰 추산 1만3,000명)이 국회의사당 앞 사거리를 빽빽하게 채웠다.
탄핵안 폐기에 시민들 '부글부글'
일요일인 데다 영상 3도의 추운 날씨에도 시민들은 탄핵에 힘을 보태기 위해 나왔다. 경기 광명에서 왔다는 최모(23)씨는 "어제 표결이 진행되는 걸 집에서 보고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며 "내일도 출근해야 하지만 오늘 밤까지 자리를 지킬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남편과 함께 집회 현장을 방문한 권진숙(45)씨도 "어제 본회의장에 안철수 의원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씁쓸했다"며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으니 시간이 될 때마다 나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탄핵 불발에 연연하지 말고 저항을 지속하자는 발언도 이어졌다. 이태원 참사 유족인 김희정씨는 "진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밝혀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주최자인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질서 있는 퇴진을 말했는데 대한민국의 질서를 파괴한 세력들은 윤석열, 한동훈 일당"이라며 "가장 질서 있게 대한민국의 무질서를 수습하고 질서를 잡아가는 현장은 바로 이곳"이라고 힘줘 말했다.
어린 학생들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중학생 이모(13)양은 "어제 투표 결과를 보고 안 되겠다 싶어서 친구에게 집회에 나가자고 권했다"며 "내일 학교에 가야 하지만 나라를 말아먹는 정치인을 보니 너무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중학생 황모(14)양도 "어제부터 참석을 고민하다 오늘 결심을 굳히고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핵에 반대하는 일부 유튜버들과 한때 마찰도 빚어졌다. 부산에서 온 남성 이모(22)씨와 일행이 "이재명 구속"을 외치자 다른 참석자들이 "윤석열, 김건희 구속하라"며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어 경찰이 중재에 나섰다. 촛불행동이 주최하는 대통령 탄핵 촛불문화제는 9일부터 오후 7시 이곳에서 당분간 매일 열릴 예정이다.
전공의·의대 교수도 거리로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선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등 의사 단체들의 집회도 이어졌다. 이들은 '전공의를 비롯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이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명시한 계엄사령부 포고령을 두고 "위헌적·폭압적 행위"라고 강력 규탄하며 대통령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
강예진 기자 ywh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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