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입장 오락가락하다···민심 대신 ‘소통령’ 택한 한동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일 당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본회의 표결 단체 불참을 이끌면서 즉각 탄핵을 요구하는 민심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대표가 민심을 버리는 대신 윤 대통령 탄핵을 방어하고 실권을 이어받는 ‘소통령’ 자리를 택했다는 것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켜 피의자로 입건된 윤 대통령의 대통령직 유지를 돕고 있는 꼴이다.
한 대표는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공동 대국민 담화를 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반헌법적 행위라고 비판하며 ‘질서 있는 대통령 조기 퇴진’으로 정국을 수습하겠다고 했다. 탄핵에는 재차 선을 그은 것이다. 그는 윤 대통령이 퇴진 전까지 외교를 포함해 국정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 대신 한 총리와 당이 협의해 국정을 챙기겠다고 했다. 국정 운영을 위해 한 총리와 주 1회 이상 정례회동을 갖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공동 대국민 담화는 한 대표와 한 총리가 2선으로 후퇴한 윤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아 대신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미로 요약된다.
그는 대국민 담화 이후 당사를 나오며 기자들에게 “조기 퇴진을 말씀드리는 건 그것이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의 방안이라는 생각 때문”이라며 탄핵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탄핵의 경우 실제로 (국회에서) 가결될지,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에 어떤 결정이 나올지 불확실성 있는 상태로 상당한 기간 진행된다”며 “그 과정에서 극심한 진영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총리와 당이 협의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총리가 국정 운영을 직접 챙기는 것이고, 비상 시국에 있어 당이 좀 더 적극적으로 세심하게 총리와 협의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앞서 한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두 차례나 뒤집었다. 그는 지난 5일 윤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하면서도 윤 대통령 탄핵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튿날인 6일에는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 필요성을 주장하며 사실상 탄핵 찬성으로 돌아섰다.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시 한 대표를 비롯한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려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게 결정적 이유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던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회동과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이후인 7일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거론하며 탄핵 반대로 입장을 번복했다.
한 대표가 탄핵 찬성에서 반대로 입장을 바꾸면서 결과적으로 ‘윤·한 담합’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이 회동에서 탄핵을 찬성하던 한 대표를 설득하며 2선 후퇴와 실권 이양을 약속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 대표로서도 탄핵으로 곧바로 야당에 정권을 넘겨주는 것보다는 퇴진 과정을 주도하는 게 정치적 이득이란 계산이 작용했을 수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에서 한 대표와 윤 대통령 사이의 거래 가능성을 제기하며 “한 대표가 소통령이 되고 싶어서 내란 수괴의 황태자를 자처한 것”이라며 “내란 수괴를 감싸고 집권을 연장해주면서 실권을 휘두르겠다는 것”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한 대표가 집권 연장을 원하는 윤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탄핵 등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차기 대권을 노리던 한 대표의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도 빛이 바랬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뜬금포로 소통령 행세하고 싶어 안달 난 프리고진보다 못한 자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자는 더 보기 딱하다”며 한 대표를 직격했다.
헌법상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을 직무대행이 아닌 한 총리와 한 대표에게 위임한다는 대국민 담화에 위법 논란이 일자 친한동훈(친한)계는 수사로 시선을 돌리는 모양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MBC 라디오에서 “내란죄의 경우 대통령 불소추 특권 범위 내에 들어있지 않다”며 “현직 대통령이라도 바로 수사가 가능하고 심지어 구속 수사까지도 가능하다. 강제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지우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상수 대변인도 SNS에서 “어제 대통령은 정치적, 법적 책임을 진다 했고 헌법상 대통령도 재임 중 내란죄로 긴급체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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