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도, 임차인 보호도 ‘올스톱’···탄핵 정국에 동력 잃은 주택 정책

심윤지 기자 2024. 12. 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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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무산으로 국정 공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 중인 주택 정책도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 상당수는 법 개정이 필요한데, 현재 국회 상황으로는 논의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성동훈 기자

8일 기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인 의안은 총 448개다. 이 중에는 정부가 발의 과정에 참여한 법안이 상당수다. 정부가 발표한 8·8 공급 대책에는 총 49개의 정책 과제가 포함됐는데, 이 중 35%인 17개가 법을 바꾸거나 새로 만들어야 하는 사안이다.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한 개도 없다.

그중에서도 정부가 특히 공을 들였던 건 ‘재건축·재개발 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이다. 이 법은 기본계획·정비계획 동시 수립 등을 통해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용적률을 3년 한시로 법정 상한보다 30% 이상 높여주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제정안을 통과시켜 서울에서 진행 중인 재개발·재건축(약 37만 가구) 속도를 3년 이상 앞당기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하지만 국회가 탄핵 블랙홀에 빨려들면서 제정안 통과는 커녕 후속 논의가 가능할지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야당은 정비사업 속도를 앞당겨야 한다는 데는 큰 틀에서 동의하면서도, 노후계획도시정비법이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기존 법체계 내에서의 보완이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었다.

여야 견해차가 큰 법안은 사실상 통과가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기가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부가 만든 현실화율 로드맵이 국민 세 부담을 증가시킨다며 폐기를 선언했지만, 이를 위해선 부동산공시법 개정이 필요하다. 야당 협조를 얻지 못한 정부는 현실화율을 매년 69% 동결하는 방식으로 공시가격의 추가 인상을 막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폐지도 전망은 밝지 않다. 정부는 공사비가 치솟아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는 만큼 걸림돌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재초환 기준을 완화(초과수익 3000만원→8000만원)한 지 1년도 안 된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맞선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역점 사업인 기업형 장기임대 도입 역시 민간임대주택법 개정 사항인 만큼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중에는 임차인 보호를 위한 법안도 상당수다. 장기 공공임대주택 리모델링 시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비용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 지지부진한 반지하 주택 정비를 유도하기 위해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소규모주택정비법 개정안 등 역시 국회 정상화까지는 논의 재개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토부 내부에선 혼란스러운 기류가 감지된다. 국토부는 이달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주대책, 뉴빌리지 대상지 선정,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등 굵직한 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일정이 연기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정 변경 계획은 아직 없다”며 “국회 상황과 관계없이 민생과 관련된 사안은 최대한 흔들림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5일)로 예정돼있던 공공주택 공급 실적 점검 회의는 이번주 중 다시 개최할 예정이라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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