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한덕수와 국정운영?…'식물 대통령' 尹, 군 통수권만 남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났다. 윤 대통령은 외교, 안보 분야를 비롯한 국정 전반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사실상 군 통수권만 남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일종의 '과도정부'를 이끌어나가는 형태다. 야당은 물론 국회의장도 위헌적인 권력 이양이라고 지적하고 있어 논란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한남동 관저로 돌아간 후 별도의 외부 일정 없이 핵심 참모들과 소통하며 칩거에 들어갔다. 이날도 관저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관련한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통상 일요일에 열리던 비서실장과 수석급 참모들의 회의도 오늘은 열리지 않았다. 매주 월요일 오전 열리던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대수비)와 같은 날 오찬으로 진행됐던 총리 주례회동도 취소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는 수순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한 대표와 한 총리는 이날 공동 대국민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조기하야)'을 공식화했다.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윤 대통령의 권한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퇴진 시점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당내 논의를 거쳐 그 구체적 방안들을 조속히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여권 내에선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6개월 내 하야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사실상 '식물 대통령'이 됐다. 형식상 국군 통수권자이자 최고 권력자이지만 실질적인 국정운영은 향후 한 대표와 한 총리가 협의해 진행한다. 윤 대통령은 한 총리와 국무위원의 결정 사항을 형식상 재가하는 역할만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게는 헌법상 권한인 국군통수권, 계엄선포권, 조약체결 비준권, 사면·감형·복권 권한, 법률안 거부권, 국민투표 부의권, 외교사절 접수권, 공무원 임면권, 행정입법권, 헌법기관의 임명권 등이 있다. 이는 탄핵이나 대통령 궐위·사망·판결·기타 사유로 자격 상실 외에는 다른 사람에게 이양할 수 없는 헌법적 권한들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한 대표가 한 총리와 협의를 통해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임기 단축 개헌이나 거국 중립내각 등 대연정과 같은 방식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윤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와 조기 대선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논란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경제와 민생, 외교·국방 분야에서도 적잖은 피해가 예상된다는 데 있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내년 예산안 처리가 당장 미궁에 빠졌다. 일각에선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그동안 정부의 주요 정책을 지휘했던 대통령실 기능은 사실상 마비되면서 그동안 대통령실이 키를 잡고 추진했던 4대 개혁(노동·연금·교육·의료)을 비롯해 원전 생태계 복원, 동해 심해 가스전 시추, 부동산 공급 확대, 중소기업 활성화 대책 등도 추진 동력을 잃거나 좌초될 가능성이 커졌다.
외교·국방 분야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윤 대통령의 2선 퇴진으로 사실상 글로벌 현안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정상회담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신행정부의 보편관세 부과 방침이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 등 당면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예정됐던 일본과의 셔틀 외교도 당분간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군 통수권이 여전히 윤 대통령에게 있는 상황에서 대북 군사 활동 등과 같은 유사 상황 발생 시 대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크다.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가 지명됐지만, 인사청문회 태스크포스(TF)도 본격 운영되지 않아 취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권한을 대행할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있지만 김 차관 역시 군 통수권자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헌법상 한 총리나 한 대표에게는 군 통수권을 이양할 수 없다. 헌법 제74조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유사시 윤 대통령이 군 통수권을 행사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거리다. 이는 윤 대통령의 2차 계엄 선포 시도 가능성과도 연결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한 대표와 한 총리가 협의를 통해 국정을 운영키로 했지만,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데 있다. 당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반복적으로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야당은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대규모 촛불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정국은 더욱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야당의 지속적인 탄핵 공세를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 개인 차원에선 2선 퇴진과는 별개로 내란죄 수사도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지만, 내란 또는 외환의 죄는 예외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날 비상계엄을 건의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전격 체포한 데 이어 국방부 장관 집무실을 전격 압수수색을 했다. 향후 수사 진행에 따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이나 한남동 관저도 압수수색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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