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尹 조기 퇴진 추진”…구체적 시기-방법은 빠져
한 대표가 밝힌 조기 퇴진 로드맵에는 시기와 방법 등의 구체성이 빠져 있다. 적법성 논란에 더해 야당이 책임총리제, 임기단축 개헌 등을 일체 거부하고 탄핵만 택한 상황에서 한 대표의 수습책이 현실화할지도 미지수다. 여기에 친윤(친윤석열)계와 중진 그룹에서 한 대표 주도로 추진하는 조기 퇴진 로드맵에 대한 공개 반발도 나와 당내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공산도 있다.
● 친한계 “임기단축” 거론
한 대표가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와 발표한 대국민공동담화 핵심은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 추진이다. 한 대표는 조기 퇴진을 추진하는 근거에 대해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없으므로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판단”이라며 “윤 대통령도 (전날 대국민담회에서) 국민의 명령에 따라 임기를 포함해 국정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질서 있는 퇴진”을 강조하면서도 조기 퇴진의 구체적인 로드맵은 밝히지 않았다. 대신 조기 퇴진 시기와 방법에 대해 “당내 논의를 거쳐서 구체적인 방안들을 조속히 말씀드릴 것”이라고만 했다. 한 대표는 대국민담화 뒤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서범수 사무총장, 박정하 당대표비서실장, 장동혁 김종혁 최고위원,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 정성국 조직부총장 등 친한계 인사들을 불러 모아 수습책 마련을 논의했다.
일단 친한계 내에는 빠른 임기단축 계획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모여 있다. 한 친한계 지도부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의 계속된 탄핵 시도로 주말마다 광화문과 국회 앞이 마비될 텐데 결국 임기 단축 일정이 제시가 되면, 야당도 탄핵안을 계속해서 올릴 명분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일정이 속도감 있게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친한계 의원은 “현 시점에서 대통령이 자리에 있는 자체만으로도 부담스럽고 싫다는 민심을 우리도 안다”며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인지 체크하며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친한계 내에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언제 가결될지 모르는 탄핵소추안보다 한 대표가 주장한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로드맵 시행이 국정 혼란도 줄이고 더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 당내 “퇴진 시점, 이재명 선거법 선고 이후로 잡아야”
한동훈 지도부가 탄핵소추안 표결에는 불참하고 조기퇴진론을 띄운 것의 이면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놓여 있다. 탄핵소추안이 당장 가결되면 이 대표가 이미 징역(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재판 역시 기약 없이 미뤄질 수 있어 이 대표의 대선 출마 길이 열린다고 본다.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범 재판 1심은 기소 뒤 6개월 이내,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해야 해 원칙상으론 내년 8월 이 대표의, 선거법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한다.
이에 따라 당장 조기대선 정국을 만들 탄핵소추안 처리 대신 탄핵소추안 가결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조기퇴진론으로 시간을 벌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내지 3심 결과가 조기 대선 전 나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조기 퇴진 시점을 6개월 이후로 잡아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조기대선이 즉각 치러지면 민주당은 무조건 이 대표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더 있으면 다른 후보들이 뛰어들 수가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선제적으로 조기퇴진을 강조한 이날 친윤계와 중진 의원들은 당내 상의가 먼저라는 목소리를 냈다. 윤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담화에서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한 것은 한 대표 1인이 아닌 의원총회 등으로 의견을 모으라는 뜻이었다는 것이다. 윤상현 의원은 “대통령이 국정 안정화 방안을 당에 일임한 것은 당 최고위원회, 의원총회, 또 여러 원로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방안을 모색하라는 의미”라며 “대통령의 직무 배제, 질서 있는 조기퇴진 등의 방안 역시 당내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정국안정에 대한 건 의원총회가 제일 숙의 기구”라며 “의원들과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당 핵심 관계자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요구한 ‘당에 일임’ 조건을 수용한 것”이라며 “한 대표에게 권한을 준 것”이라고 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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