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北 원점타격, 계엄 주도 '용현파'는 진정 파국을 노렸나

김형준 2024. 12. 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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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지전 유도 후 비상계엄 선포'를 구상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쓰레기 풍선 살포 지점인 북한 지역을 향한 '원점타격'과 무인기 평양 투입 등을 통해 고의로 국지전을 일으키고 비상계엄 선포까지 이어지는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북한이 대북전단에 대응해 '임진각(전단 살포 지역) 타격'을 위협하자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도발 원점을 완전히 격멸시킬 것"이라며 원점타격 으름장으로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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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풍선 아닌 살포 지역 타격
"정당성 떨어지고 확전 가능성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월 2일 후보자 신분으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지전 유도 후 비상계엄 선포’를 구상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쓰레기 풍선 살포 지점인 북한 지역을 향한 ‘원점타격’과 무인기 평양 투입 등을 통해 고의로 국지전을 일으키고 비상계엄 선포까지 이어지는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야당이 확보한 제보이기는 하나, 해당 지시가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 등의 강한 반대로 무마됐다는 구체적인 증언도 나오고 있어 수사가 불가피한 사안이다.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일주일 전부터 김 의장에게 북한에서 오물(쓰레기) 풍선이 날아오면 경고사격 후 원점 타격하라’고 지시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다만 김 의장과 합참 작전본부장은 김 전 장관 명령에 반대해 실제 작전이 실행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 의원실 측은 해당 제보 출처에 대해 ‘군 고위관계자’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지시는 북한의 32차 쓰레기 풍선 살포가 있었던 지난달 28일쯤 이뤄졌으며, 김 전 장관은 당시 자신의 지시가 이행되지 않자 김 의장을 크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주장이 사실일 경우, 김 전 장관이 일부러 국지전을 유도해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삼고자 했을 가능성이 있다. 계엄사령관으로 1순위인 김 의장을 건너뛰고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지명한 배경도 설명되는 대목이다.


"원점타격, 정전협정 위반 가능성도"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국빈방한 공식 환영식을 준비하던 중 식장으로 북한 살포 '쓰레기 풍선' 내용물 추정 전단이 떨어지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일단 합참은 김 장관의 원점타격 지시와 김 의장의 반발이 있었다는 내용에 대해 부인하면서도 “우리 군은 다양한 작전 상황에 대한 토의를 수시로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군 관계자도 “(쓰레기 풍선 살포가 반복되자) 정치권 등 외부에서 바라만 볼 것이냐면서 더 (강한) 대응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요구들이 많았던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만 "합참 차원에서는 (원점타격의)정당성 확보, 확전 위험성, 도발의 빌미 제공 등을 따져보자는 의지가 컸던 것으로 안다"며 "국지전 발생시 체계상으론 계엄 선포보다 '통합 방위'를 먼저 선포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원점타격은 국지전을 넘어 전면전까지 감수해야 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최후의 수단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북한이 대북전단에 대응해 ‘임진각(전단 살포 지역) 타격’을 위협하자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도발 원점을 완전히 격멸시킬 것”이라며 원점타격 으름장으로 맞받았다. 하지만 이후 10년이 훌쩍 지나도록 실행된 적은 없다.

잠잠하던 국지전 논란은 지난 7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방위원장)이 “황해도 지역 13곳의 쓰레기 풍선 살포 지역을 파악하고 있다”며 ‘원점타격 가능성’을 언급하며 재점화됐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의 거센 질타를 받으며 수그러들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원점타격 구상이 사실이라면 경우에 따라 정전협정 위반 빌미를 줄 수 있는 정말 위험한 발상”이라며 “자칫 북한 병사나 민간인의 인명피해가 생길 경우 국가적 책임은 더 커진다”고 했다.


평양 무인기 사건도 충암파 작품?

북한 국방성 대변인이 지난 10월 평양에 추락한 무인기를 분해해 비행조종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서해 백령도가 이륙 지점인 것을 확인했다며 비행경로 그래픽을 제시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 10월 북한이 강력 반발한 ‘평양 무인기 사건’ 또한 김 전 장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기획한 ‘충암파 작품’이란 주장도 나왔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실 측은 “실제로 한국 무인기(드론)가 평양 상공으로 보내진 것이 맞다는 확인을 받았다”며 그 구상의 발원지로 방첩사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무인기 침투가 북한 내 위기감을 고조시키려는 목적이었다는 내부 제보도 여럿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무인기가 백령도에서 이륙했다며 평양 인근에 떨어진 무인기의 비행 이력을 공개했고 “재발 시 도발 원점(백령도)은 사라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양 교수는 “(국지전 유도는) 동맹국인 미국과 일본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었던 사안”이라며 관련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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