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에 당하고도 또 아무것도 못하는 민주당 [김지현의 정치언락]

민주당은 토요일인 7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쳤습니다. 지난 4일 탄핵안을 발의해 5일 새벽 본회의에 보고한 지 이틀만입니다. 이 사이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사안을 계속 취재해 온 국회 출입 기자들도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 버거울 정도였습니다. 숨 가빴던 4일을 한 번 돌아보겠습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이날 밤 곧장 의원총회를 열고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해버렸습니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 300명 중 20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야당 의원 192명 외에 국민의힘(108명)에서 8표 이상 이탈 표가 나와야 하죠. 국민의힘에서 당론으로 반대를 정해버린 이상, 탄핵안 통과는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봐야 합니다.
이때부터 조금씩 의아했습니다. 그럼 민주당은 국민의힘 이탈 표도 확보 안 해놓고 탄핵안을 발의했다는 얘기니까요.

5일 오전 민주당 지도부는 회의를 열고 탄핵안 표결 시점을 애초 예상됐던 6일보다 하루 늦은 7일로 정했습니다. 헌법상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합니다. 최대한 시간 여유를 두고 국민의힘에 대한 설득과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었겠죠.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부터 주말까지 72시간 국회에 비상대기하며 여당에 대한 여론전을 이어가겠다고 했습니다. 중진 의원들은 개별적으로 친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접촉해 설득하기로 했고요.
이때부터 당 안팎에서도 “탄핵안 발의 전 여당 설득 작업부터 먼저 했어야 했다”는 지적과 함께 “너무 성급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아 탄핵안의 국회 통과를 주도했던 우상호 전 의원은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탄핵 추진이 좀 빨랐다. 이런 분위기면 통과가 어렵다”고 내다봤습니다. 탄핵안을 발의하기 전에 미리 국민의힘 의원들을 설득해 10표 이상은 확보해 놓고 발의했어야 했다는 거죠. 탄핵안은 무기명으로 표결하기 때문에 구두로 탄핵을 찬성했더라도, 실제 투표장 안에서는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작지 않아 최대한 보수적으로 표를 세어야 한다는 겁니다.



국민의힘에선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안철수 의원만 홀로 남아 끝까지 자리를 지켰죠. 여기에 탄핵안 표결 직전 되돌아온 김예지 의원, 그리고 김상욱 의원까지, 총 3명만 투표했습니다. (김상욱 의원은 탄핵에는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혀 카이저 소제급 ‘반전’이었다는 평이 나왔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단체로 일어서 이미 나가버린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돌아오라”고 외쳤습니다. 진작 불렀어야죠. 자신들의 밥그릇만 지키겠다는 국민의힘의 비겁함과 정치적 무책임함과 별개로, 민주당은 그 많은 의석수를 갖고도 전략적으로 완패한 셈입니다. 결국 총 195명만 표결한 탄핵안은 의결 정족수 미달로 개표도 해보지도 못한 채 그대로 폐기됐습니다.

이 역시 결국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전략 실패입니다. 아무리 강대강 대치 상황이라 해도, 벌써 세 번째 올리는 특검법인데 이번엔 여당 내 8명의 찬성은 이끌어 냈어야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타협으로 이끌어내는 과정이 결국 정치 아니겠습니까.

윤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불법 계엄 사태 이후 수많은 국민이 PTSD 수준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대책도, 전략도 없이 ‘될 때까지’ 매주 탄핵을 반복하겠다는 거야도 국민을 혼란스럽고 지치게 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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