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셀프 위임’…국힘 당사서 반헌법 ‘대통령 행세’ 선포

김남일 기자 2024. 12. 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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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권한, 정당에 위임할 근거 없어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을 담은 공동 담화문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탄핵’에 반대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내란 공모 혐의 수사 대상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사실상 ‘2인 국정 공동운영’ 방침을 밝혔다. 선거가 아닌 당원 투표로 뽑힌 ‘비선출 소수 여당 대표’가 임의로 국가권력을 행사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헌법에도 없는 대통령 권한 위임 ‘셀프 선포’를 두고 ‘2차 내란’ ‘2차 쿠데타’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한동훈 대표는 8일 오전 11시 한덕수 총리와 함께 발표한 담화문에서 “질서 있는 대통령 조기 퇴진으로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미칠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정국을 수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며 “대통령 퇴진 전까지 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의해 민생과 국정을 차질 없이 챙길 것”이라고 했다.

헌법은 대통령을 국가 원수이자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한다고 규정하면서,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행정부에 속한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서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도록 했다. 국군 통수권 역시 대통령의 권한으로 명시했다.

헌법은 정당에 대해 △정당 설립 자유와 복수정당제 △민주적 목적·활동·조직 △국가의 보호와 보조금 지급 △국무회의의 정당해산 제소 심의 △헌법재판에 의한 정당해산 △선거관리위원회의 정당 사무 처리 등만을 규정하고 있다.

즉 헌법에는 정당이 대통령 권한을 위임받거나, 그렇게 해석될 만한 조항이 단 한 줄도 없다.

의회가 행정부 내각을 구성하는 의원내각제적 요소도 헌법에는 없다. 특히 다수당도 아닌 독자적으로 입법도 하지 못하는 108석 소수여당, 그것도 10여명의 친한동훈계 의원의 지지만 받는 한 대표가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나선 것이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7월 국민의힘 전체 당원 84만1614명 중 40만8272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62.65% 득표로 당선됐다. 선출직 선거 방식에는 쓰이지 않는 일반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제외하면, 국민의힘 지지자 25만여명의 손으로 뽑힌 한 대표가 대통령 권한을 분점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대통령 권한 위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장소가 정부종합청사 등 행정부가 아닌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라는 것도 대통령 권한 위임의 무게 중심을 한동훈 대표 쪽으로 가져오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덕수 총리가 “저를 포함한 모든 국무위원과 부처의 공직자들은 국민의 뜻을 최우선에 두고 여당과 함께 지혜를 모아 모든 국가 기능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도 논란이다. 당장 내란 공모 혐의로 수사기관에 불려가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이 내란 주동 혐의를 받는 대통령의 빈자리를 채우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 총리는 위헌·위법한 12·3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충암파에 이어 가장 깊숙이 개입한 인물이다. 대통령 관련 사건 수사 경험이 있는 법조인은 “한덕수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하려는 윤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심의가 필요하다고 말한 당사자다. 한 총리는 이를 ‘계엄 반대’로 포장하고 있지만, 수사기관 입장에서 보면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 반대가 아닌 헌법적 완결성을 갖추라고 ‘조언’한 행위가 된다”고 했다.

한동훈-한덕수 두 사람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야당은 ‘2차 내란’으로 규정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내란이 한동훈·한덕수, 검찰 합작 2차 내란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제2의 쿠데타, 연성 쿠데타 음모”라고 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소통령이 되고 싶어서 내란 수괴의 황태자를 자처했다. ‘내가 실권을 휘두르겠다, 내가 소통령처럼 책임총리 비슷한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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