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창욱 “액션보다 말랑한 ‘로코’를 좋아한다”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올라운더' 지창욱이 이번에도 파격 변신에 성공했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강남 비-사이드》는 강남에서 사라진 클럽 에이스 '재희'를 찾는 형사와 검사, 그리고 의문의 브로커, 강남 이면에 숨은 사건을 쫓기 위해 서로 다른 이유로 얽힌 세 사람의 추격 범죄 드라마다. 글로벌 순위 1위까지 달성하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지창욱은 극 중 강남 일대를 휘어잡은 무법자이자 스스로 용의선상에 오른 미스터리한 브로커 '윤길호' 역을 맡아 등장만으로 시선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지창욱은 드라마 《THE K2》 《편의점 샛별이》 《도시남녀의 사랑법》 《웰컴투 삼달리》 《최악의 악》까지 로맨스, 코미디, 액션 할 것 없이 전 장르를 섭렵한 '올라운더' 배우다. 비슷한 나이대 배우 중 연기력도 압도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포주 역할을 맡은 지창욱은 극 중 화려한 도시의 뒷골목, 가장 어두운 곳에서 누구의 도움 없이 홀로 생존해온 윤길호를 무표정한 얼굴과 눈빛으로 열연한다. 지창욱은 긴 머리에 퍼 재킷, 화려한 액세서리 등을 활용한 강렬한 비주얼로 윤길호의 캐릭터성을 극대화했다.
지창욱은 " 윤길호는 깔끔한 얼굴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다"며 "캐릭터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함축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치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지창욱을 만나 작품 비하인드와 근황을 전해 들었다.

《강남 비-사이드》가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엊그제 감독님이 메시지를 보내오셨다. 너무 좋고 감사하지만 사실 체감은 잘 되지 않는다. 배우가 스스로 체감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말해 주는 정도였다. 방송이 되면 대중이 어떻게 볼까 궁금했는데 많은 분이 재미있게 봐주셔서 기분이 좋다."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떠오르는 사건들이 있었다. 그래서 해볼 만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으면서도 말이 되는, 복합적인 생각들이 들게 하는 대본이었다. 충격적인 이야기였지만 어찌 보면 현실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악의 악》 《리볼버》 그리고 이 작품. 색깔이 분명한 배우가 됐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인지도 궁금하다.
"배우로서 영역을 넓혀가고 싶고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나 계획은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다행히 《최악의 악》이 호평을 받았고, 그 작품으로 저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넓혀진 것 같다. 이후 《리볼버》 등의 작품은 특별한 의도가 있어서 선택한 건 아니다. 제작사와 친분이 있다. 하하."
《강남 비-사이드》 속 캐릭터인 윤길호의 작업이 포주다. 연기하는 데 부담은 없었나.
"연기하면서 직업 때문에 부담을 가졌던 적은 없었다. 오히려 재미있게 캐릭터 분석을 했다. 윤길호라는 인물의 감정을 표현할 뿐 포주라는 직업을 대변해 주는 역할은 아니다."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것은 뭔가.
"작품이 잘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작품이 재미가 없으면 어쩌나 하는 부담이 가장 크다. 연기적인 부담은 그다음인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이 캐릭터는 색깔로 표현한다면 원색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 인물은 싸움을 잘한다. 거칠다. 시청자들이 볼 때 액션이 시원하고 재미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촬영을 하면서도 감독님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쁜 놈을 쫓는 미친 놈'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가 그리는 이미지가 그랬다. 그 정도로 쾌감에 중점을 뒀다."
극에서 길호(지창욱 분)가 재희(비비 분)에 대해 갖는 감정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사랑이라고 해석했다. 한데 길호가 그걸 몰랐으면 했다. 내가 재희를 좋아하는지 모르는 상태 말이다. 사실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조금 더 짙었지만 감독님과 대본 회의를 하다가 그 전사를 덜어내는 것을 제안했다. 장단이 있겠지만 러브라인이 짙어지면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렴풋이 묻어나오는 게 좋지 않을까 했다."
《최악의 악》 그리고 이번 작품까지 비비와 호흡을 맞춘다. 여러 얼굴을 가진 배우이지 않나.
"전작 때보다 편해졌다. 그렇다고 급격하게 엄청 친해진 건 아니다. 짙은 반가움 정도? 하하. 사실 저야 비비가 후배니까 편한데 비비는 불편할 수도 있지 않나. 한데 제가 느끼기엔 그 전보다는 저를 편하게 대해 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번 작품에서 재희라는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 먹먹함을 가진 캐릭터인데, 그걸 표현하는 비비만의 방식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전작에서도 그렇지만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하는 친구다. 그 친구와 호흡을 맞추면 저도 따라서 색다른 표현이 나오는 것 같다. 덕분에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조우진 배우와 영화 《발신제한》 이후 3년 만에 재회했다.
"조우진 선배는 워낙 제가 존경하는 선배다. 현장에서 동료로 만났을 때 든든한 배우고, 작품을 대하는 태도나 동료들을 대하는 태도 등 많은 부분을 배웠다. 그래서 함께하는 순간이 모두 좋았다. 연기야 제가 말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인정하고 계시기에 언급할 필요가 없다."
전작도 그렇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액션 난이도가 점점 높아졌다.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너무 하기 싫다, 힘들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하. 사실 제가 액션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한데 제가 좋아하는 걸 떠나 잘해야 하니까 또 열심히 한다. 다행히도 많은 분이 액션에 대한 칭찬을 해주시더라. 《최악의 악》 때 액션 장면을 찍으면서 숨이 차서 주저앉은 적이 있다. 나이를 처음 느꼈다. 그래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어릴 때는 술 먹은 다음 날에도 운동을 했는데 이제는 못 하겠더라. 그래서 술도 적게 먹고, 최대한 시간이 날 때 운동을 꾸준히 한다. 밸런스 운동을 많이 한다."
술친구는 누구인가?
"요즘에는 (임)성재와 많이 마신다. 그러고 보니 《최악의 악》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나 감독님과 자주 마시는 것 같다. 그 작품을 하면서 촬영이 끝나면 술을 자주 마셨었다. 《최악의 악》을 연출한 한동욱 감독님도 술을 좋아하신다. 새벽에 촬영이 끝나면 아침 해 뜰 때까지 술을 마시면서 작품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런 게 좋았다. 덕분인지 작품도 잘됐다. 주량은 소주 3병 정도다."
액션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다음 작품도 범죄 스릴러다.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이 가는 작품을 선택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글이 재미없으면 하지 않았겠지만 글이 너무 재미있었다. 하다 보니 액션이 너무 많더라. 지금 계속 액션을 찍고 있다."
말랑말랑한 로코를 하고 싶진 않나.
"너무 하고 싶다. 액션보다 그런 거 좋아한다(웃음)."
이 작품이 지창욱에게 어떤 의미인가.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된 작업이다. 그리고 제가 보여주고 싶었던 몇 가지 장면들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게 잘 담겨서 기분이 좋다. 그런 작품이다."
올해 4개 작품을 공개했다. 쉴 새 없이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더 보여주고 싶은 욕심인 것 같다. 회사원들은 1년 내내 일하지 않나. 그에 비하면 저는 1년에 두 달을 쉬니까 강행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면 이렇게까지는 못 할 것 같은데 아직은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여러 시도를 해보이고 싶다."
한 해 한 해 인터뷰할 때마다 여유가 조금씩 느껴진다. 자신감도 느껴진다.
"군대에 다녀오면서 조급함이 덜해진 것 같다. 자신감은 글쎄다. 모르겠다. 이게 자신감인지 오기인지 모르겠으나, 일을 하면 할수록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을 더 믿게 되는 것 같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