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전 '정상' 외교 개시…막강한 영향력 과시
각국 정상들 앞다퉈 트럼프에 악수 청해…"돈에 굴복"
마크롱·젤렌스키와 3자 회담…우크라戰 논의한듯
英윌리엄과도 회동…취임전부터 이미 美대통령 행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도 전에 정상외교를 시작했다. 5년 8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연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 ‘깜짝’ 등장한 것. 전 세계 주요 지도자들이 모인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첫 방문지로 유럽으로 정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각국 정상들 앞다퉈 트럼프에 악수 청해…“돈에 굴복”
7일(현지시간) CNN방송,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에 참석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2019년 4월 화재로 거의 전소됐으며, 지난 5년 8개월여 동안 복구 공사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전 세계 50여명의 주요 지도자가 참석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프랑스 정부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았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동행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직 취임하지 않았으나 막대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가 대성당 안으로 발을 들였을 때 미리 착석해 있던 각국 정상들은 앞다퉈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과거 미 대통령으로 처음 국제무대에 데뷔했을 때 조롱·멸시 어린 시선과 함께 ‘왕따’를 당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뉴욕포스트는 “전 세계 국가 원수들과 고위 인사들이 ‘돈’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고 묘사했다. 다른 주요 외신들도 “트럼프 당선인이 전 세계 지도자들을 압도하며 화려하게 국제무대에 복귀했다”며 “각국 정상들이 마치 트럼프 당선인에게 잘 보이려는 듯 행동했다”고 입을 모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바로 옆에 배치된 트럼프 당선인의 자리도 눈길을 끌었다.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질 바이든 여사보다도 앞선 자리였기 때문이다.
마크롱·젤렌스키·윌리엄과 회동…이미 美대통령 행보
트럼프 당선인의 이번 파리 방문은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미국에선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취임 전까지는 정상외교 활동을 자제하는 관행이 있는 데다, 트럼프 당선인이 첫 해외 방문지로 유럽을 택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대(對)유럽연합(EU) 관세 등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행사에 앞서 마크롱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3자 회담을 가졌다. 당초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젤렌스키 대통령을 따로 만날 계획이었으나 급작스럽게 3자 회동이 성사된 것이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두 정상이 먼저 만나고 45분 후 회담에 합류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지금 세상이 약간 미쳐가는 것 같다. 우리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동 이후 엑스(X옛· 트위터)에 “훌륭하고 생산적인 3자 회담이었다”면서도 “우리는 모두 이 전쟁이 가능한 빨리, 정당한 방식으로 끝나길 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처럼 단호하다”고 적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 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줄곧 공언해 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노트르담 재개관 행사 이후엔 윌리엄 왕세자와도 회동했다. 사실상 ‘국가 정상으로서의’ 외교 활동을 펼친 것이다.
일각에선 각종 트럼프 관련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유럽을 방문한 것 아니냐는 조롱섞인 의견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Fight, Fight, Fight)라는 이름의 향수 및 콜로뉴를 출시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유세 도중 총격범의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뒤 외친 구호로, 이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함께 그를 상징하는 선거 구호가 됐다.
트럼프-마크롱 악수도 주목…과거 마크롱 ‘굴욕’ 재조명
한편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 트럼프 당선인과 마크롱 대통령이 악수하는 장면은 이번에도 큰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5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마크롱 대통령과 처음 만났을 때 무려 29초 동안 악수를 나눴다. 당시 두 사람은 두 손을 꽉 맞잡아 마치 힘겨루기를 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해 화제가 됐다. 손에 흰 자국이 비칠 정도였다.
당시 외신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얼굴을 찡그렸다고 보도했고, 소셜미디어(SNS)에선 “40세의 마크롱이 71세의 트럼프에게 힘에서 밀렸다”, “트럼프가 마크롱을 위협했다” 등의 반응이 봇물을 이뤘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도 엘리제궁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오른손을 자신에게 끌어당겨 세게 흔들었다. 또 궁 안에서도 카메라를 보고 악수할 때 마크롱 대통령의 오른손을 위에서 아래로 누르면서 꽉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과거 악수 장면을 연상시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친(親)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마크롱 악수’로 다시 한 번 세계 지도자들을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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