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블랙먼데이 공포`…금융당국, 시장 안정 총력

주형연 2024. 12. 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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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 후 대통령 탄핵 추진 등 정국 혼란이 이어지자 금융권도 비상 조직을 가동하며 실시간으로 금융시장을 점검하고 있다. 정치적 불안이 길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고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면 외화 유동성과 자기자본비율, 결과적으로 이익 등 경영 실적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까지 포함한 긴급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하는 안을 조율 중이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번 주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회장과 정책금융기관 등이 모두 참석하는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이번 주 업권 릴레이 간담회를 이어가며 현장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지난 5일 증권사 CEO 간담회, 6일 보험사 최고리스크담당자(CRO) 간담회에 이어 오는 9일 은행 여신·자금담당 부행장 간담회, 10일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연달아 연다.

현재 금융권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원화 약세(원화 가치 하락)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144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다소 안정됐지만 여전히 1410~1430원을 오르내리며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환율이 크게 오르면 기업의 매입 외환(해외에서 받을 외화를 은행으로부터 선할인해 받는 여신) 물량이 늘어나고, 대기업 위주로 외화 예금을 빼내면서 은행의 외화 유동성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 파생상품 관련 추가 담보 제공 요구(마진콜)도 유동성 부족의 잠재 요인이다. 외화 표시 자산이나 해외 출자금 가운데 신용 위험가중자산(RWA) 등이 늘어 금융그룹 전체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환율이 10원 높아지면 자기자본비율이 약 0.01~0.02%포인트(p)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한다. 환율이 뛰면 보험사들의 환헤지(위험분산) 비용이 늘어나는 점도 부담이다. 투자자 이탈도 걱정거리다.

앞으로 대외 신인도까지 훼손되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은행 등 국내 금융사도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차입하는데, 신인도가 떨어지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의 차환(또 다른 대출로 대출을 갚는 행위)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금융사는 결국 자기 돈으로 상환을 서둘러야 하고,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으면 최악의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진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형 보험사들도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A사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한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보험계약이 한꺼번에 해지될 가능성은 매우 작지만, 이런 비상 사태에 대비해 시장성 있는 채권 매도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 계획까지 짜고 있다. 아울러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인버스(주가가 떨어질 때 수익을 얻는 금융상품)와 선물 거래로 헤지(위험 분산)할 방침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각종 지표가 대체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금융사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4일 기준 LCR은 210% 정도다. 현재 80% 수준인 감독 당국의 LCR 규제 기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며 "외화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서도 약 30억달러 규모의 여유분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심각한 수준의 대외 신인도 하락도 감지되지 않았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다수의 외국계 대주 기관(Lender)들을 상대로 탐문한 결과, 이번 사태가 한국계 금융기관들에 대한 여신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며 "머니마켓(외화 단기 금융시장)에서 한국계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자금을 운용하는 입장이고 특별히 차입에 대한 수요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6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증안펀드에 대해 "아직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 사용되지 않았다"며 "추가 시장 혼란 시 다른 조치와 비상 계획들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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