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희망이다] 촌스러움마저 통통 튀는 매력으로…감자 맥주로 꿈 빚는 청년들
전국 납품·외식 매장 운영하고 지역 살리는 활동도…"강원도 대표 브랜드 되길 바라"
[편집자 주 = 지방에 터를 잡고 소중한 꿈을 일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도전에 나서는 젊은이들입니다. 자신들의 고향에서, 때로는 인연이 없었던 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새로운 희망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 청년의 존재는 인구절벽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에도 큰 힘이 됩니다. 연합뉴스는 지방에 살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의 도전과 꿈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합니다.]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지역은 분명 서울보다 인프라는 부족해요. 그렇지만 그 부족함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장점도 분명히 있어요. 저희가 '감자 맥주'를 만들어낸 것처럼요."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강원도는 일명 '감자국'으로 통한다.
강원도의 대표 작물이 감자인 탓인데, 강원도 특유의 시골스러움이 묻어나 온라인에서는 강원도 사람을 비하하는 말로도 쓰이곤 한다.
춘천에는 그런 촌스러움마저 통통 튀는 매력으로 물들이는 청년들이 있다.
강원도 감자로 맥주를 만들어 전국에 납품하고 맥주를 더 맛있게 먹는 경험을 선사할 팝(Pub)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아일랜드의 운영진들이다.
이들은 수도권에서 동떨어져 있는 지역의 이미지를 '섬'으로 표현하면서도 외로움과 고립의 의미를 새롭게 재해석했다.
도시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강원만의 독특하고 뚜렷한 개성에 주목해 지금의 '감자 아일랜드'가 탄생했다.
강원도에 연고도 없는 도시 청년들이었지만 시작은 우연하고도 단순했다.
김규현(30)·안홍준(29) 공동대표는 강원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 재학하던 2019년 창업 프로젝트 수업에서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라는 과제를 받았다.
팀원들과 머리를 싸매던 중 '강원도의 감자'와 '독일의 맥주'라는 독특한 결합을 떠올렸다.
"춘천에는 감자밭이 많아서 무더기로 버려지는 감자들이 종종 눈에 띄었어요. 이걸 맥주로 만들면 버려지는 감자도 줄일 수 있고, 농가 소득 증진으로도 이어질 것 같은 거예요. 감자와 맥주의 조합이 재밌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모든 게 시작됐어요."
흥미로운 발상이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맥주는 보리의 싹을 틔운 원료인 맥아로 만들기 때문에 감자로 맥주를 만드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발효 과정을 거쳐야 완성되는 맥주 특성상 곧장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한 번 만들 때마다 적어도 한 달 이상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들은 유튜브에서 감자로 보드카를 만드는 영상을 발견해 제조 방식에 영감을 얻었고, 강원농업기술원과 강원대 누룩 연구소의 도움으로 수백 번의 시도 끝에 감자 맥주가 탄생했다.
우여곡절 끝에 선보인 감자 맥주는 이목을 끌며 평범한 대학생들에게 창업가의 꿈을 싹트게 했다.
교내 창업 경진대회에서 감자 맥주가 인문대에서는 처음으로 대상을 받고, 2020년 4월 중소벤처기업부의 예비창업 패키지 창업지원 사업에까지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창업의 발판을 마련했다.
같은 해 5월 사업자 등록까지 마친 청년들은 전기·배관·수도 공사도 직접 해가며 손때 가득 묻은 양조장까지 마련했다.
또 여러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경영·세무·인사 등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기초 지식도 차근차근 쌓아나갔다.
"처음에는 창업에 큰 뜻은 없었어요. 평범한 대학생들처럼 졸업하면 100% 수도권으로 가고 싶었어요. 일자리 문제가 가장 컸고, 또래들이 터전을 수도권으로 옮기면서 제가 활용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서울에 몰려 있는 점도 있고요. 그러다 춘천에서 창업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강원도에 자리를 잡게 됐어요."
점차 노하우가 쌓이면서 이들 청년은 감자뿐만 아니라 옥수수, 토마토, 당근 등 농산물과 토종효모를 사용한 다양한 수제 맥주도 만들고 있다.
현재 6건의 특허가 등록돼 있고 2건이 출원돼 총 8건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맥주 제조, 팝업 스토어 운영, 맥주 판매에 그치지 않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올해에는 춘천 약사천에서 마을 상권 브랜딩 작업을 기획했고, 이를 발판 삼아 마을 축제까지 계획 중이다.
김 대표는 "나중에는 저희와 뜻이 맞는 로컬 브랜드들이 모여 함께 마을 상권을 활성화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며 "감자 아일랜드가 저의 직장을 만들기도 하지만, 직원들의 직장과 지역 청년들의 직장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는 만큼 청년들이 지역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역을 살리고,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앞으로 감자 아일랜드가 '강원도' 하면 떠오르는 대표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다"며 "지역에서 발굴할 수 있는 우수한 특성을 활용해 개인도 회사도 지속해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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