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尹, 역사의 죄인” “내란동조 국민의힘” 울분 토한 시민들
흡사 공연장 된 국회 앞…K-POP 맞춰서 ‘탄핵!’ 외치기도
일부 종교단체 ‘부정선거’ 의혹 제기…“종북세력 척결해야”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성난 민심에 또 한 번 불이 지펴졌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되면서다. 100만 명의 시민은 민심을 역행한 국회를 향해 '촛불'을 들어 올렸다. 2016년 이후 8년 만에 국회 앞은 또다시 촛불 물결로 뒤덮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탄핵 투표 불성립을 선언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은 일제히 분노를 표했다. "내란수괴 윤석열을 탄핵하라"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역사의 죄인이야" 등 윤 대통령과 탄핵안 표결에 불참한 다수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질타를 쏟아냈다.
100만 인파에 통화도 불가…"히치하이킹해서 왔다"
7일 오후 5시경,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는 주최 측 추산 100만 명(경찰 비공식 추산 14만9000명)의 인파가 몰렸다. 9호선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은 밀려드는 인파로 열차가 무정차 통과됐다. 국회 앞 도로는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5호선 여의도역에서 국회 정문까지 가는 1.3㎞ 도로는 촛불을 든 시민들로 빼곡했다. 인근 택시가 잡히지 않아 히치하이킹을 한 시민도 있었다. 박아무개씨(22)는 "국회 인근 동작역에서 내려 '같이 타요. 국회 가는데 태워주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친구와 기다리다가 한 차를 얻어 타고 왔다"고 말했다.
밀려드는 인파에 인터넷도, 통화 연결도 어려웠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가 집회 개최에 앞서 기지국 용량을 늘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카카오톡 등은 고사하고 문자메시지만 겨우 보낼 정도였다. 전화를 걸거나 받는 것도 힘들었다. 시민들은 대형 스크린에 의지해 "탄핵! 탄핵"을 연호했다.
인근 생활용품 판매점에선 LED 촛불이 동이 난 상황이었다. 시민들은 아이돌 응원봉을 손에 들거나 경광봉을 흔들기도 했다. 트리용 알전구를 몸에 칭칭 감은 한 참가자는 "이렇게 해서라도 탄핵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의 탄핵을 외쳤다. 조아무개씨(27)는 "비상계엄 이후 주변인들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며 "'제2의 비상계엄'이 언제 일어날지 몰라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부산에서 온 김아무개씨(19)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하야하겠다고 발표할 줄 알았는데 조그마한 기대마저 산산히 부서져 버렸다"면서 "(윤 대통령이) 당에 모든 걸 맡기겠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당이 어디 있느냐"고 비판했다.
오후 5시 44분경,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장 분위기는 한껏 격앙됐다. 반대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기도 했다. 김아무개씨(50)는 "자기네 이득만을 위해 국회의원 직을 수행한다는 현실이 암울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탄핵안은 부결될지어다"
같은 시간, 민주당 당사 앞에선 일부 기독교 단체들의 반대 시위가 열렸다. 이들이 든 피켓에는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탄핵안은 부결될지어다' '민주당과 종북세력들의 내란죄를 타도한다'고 적혀 있었다. 250명 정도 모인 해당 집회에선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다. 김아무개씨(60)는 "대통령이 부정선거에 대한 잘못된 점을 밝히려고 계엄을 선포한 건데 무엇이 문젠지 모르겠다"며 "민주당을 비롯한 종북 세력은 척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감 온도가 영하 3도에 달하는 추운 날씨에도 집회 열기는 식지 않았다. 2NE1의 '내가 제일 잘나가'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김연자의 '아모르파티' 등의 노래가 스피커로 나오면 시민들은 촛불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춤을 추기도 했다. 개사된 노래에 맞춰 "탄핵해" "(국민의힘) 투표해"라고 소리쳤다. 흡사 공연장에 온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집회가 시작된 지 5시간이 지난 오후 8시에도 대다수 시민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구아무개씨(26)는 "오늘 밤샐 각오로 왔다"면서 "탄핵안이 통과될 때까지 국회 앞에 있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집에 가자. 제발 잠 좀 자자"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투표 참여를 촉구했다.
9시26분경, 우 의장의 투표 불성립 선언에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조아무개씨(25)는 "참담하고 비통하다"며 "이렇게 많은 국민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거리에 나온 걸 봤다면 투표장을 나가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면 안 됐다"고 분노했다.
이들은 다음을 기약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또 한 번 투표가 이뤄질 날짜에 맞춰 다시 촛불을 들자는 것이다. "우리 다시 촛불 들기로 하자"는 사회자의 말에 시민들은 "국민은 이긴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윤석열을 탄핵하자"는 등 함성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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